금속박을 생산, 판매하는 풍원정밀은 2013년까지만 해도 사업을 이어가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금속박 기술력은 뛰어났지만 사업 과정에서 번번이 실패했다.

자체 공법으로 제품을 생산하면 비용이 많이 들었다. 생산단가가 높아 매출은 좀처럼 늘지 않았다.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2013년 54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224억5000만원으로 네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2013년 LG디스플레이에서 공정 개선 및 개발 노하우를 전수받은 게 반전의 계기가 됐다.
유명훈 풍원정밀 대표(왼쪽)와 김성진 LG디스플레이 상생컨설턴트 과장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에 들어가는 금속박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정지은 기자
유명훈 풍원정밀 대표(왼쪽)와 김성진 LG디스플레이 상생컨설턴트 과장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에 들어가는 금속박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정지은 기자
15일 경기 안산시에 있는 풍원정밀 공장에서 만난 유명훈 대표는 “공정과 공법을 변경한 뒤 회사 체질이 바뀌었다”며 “자금과 노하우가 부족한 중소기업으로선 엄두도 못 냈을 일”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13년 9월 풍원정밀에 사내 기술인력 8명을 파견했다. 공정 전환에 쓸 자금 6억원도 빌려줬다. 유 대표는 “LG디스플레이의 지원 덕분에 2014년 금속박을 저렴하게 생산하는 새 공법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후 LG디스플레이는 일본에서 수입하던 유리소재 부품을 풍원정밀의 금속박으로 대체했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곡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이 나왔다. 이는 LG디스플레이에도 좋은 결정이었다. 일본 부품 대신 풍원정밀 금속박을 적용하면서 2014년부터 올해까지 500억원가량을 절감했다.

풍원정밀의 공장 생산수율(전체 생산량 중 출고 가능한 제품 비율)은 현재 97%다. 2013년 50% 선에 비하면 두 배로 높아졌다. 직원도 40명에서 150명으로 늘었다. 유 대표는 “요즘은 은퇴한 옛 LG 경영진에게 자문하고, 직원들과 수시로 간담회를 여는 등의 방법을 통해 회사 경영을 체계화하고 있다”며 “‘계속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안산=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