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베토벤 '교향곡 제5번 c단조'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은 외견상 인공지능이 승리했지만 엄청난 연산능력으로도 접근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 또한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만약 인공지능이 작곡의 영역에 도전한다면 어떻게 될까? 인공지능을 상대할 인간계 최고의 명곡 후보 중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이 포함될 것은 틀림없으리라. 멜로디라고 보기에도 어려운 겨우 몇 개의 음표를 논리적으로 펼쳐내 튼튼한 건축물처럼 쌓아올린 1악장은 과연 인공지능과 겨뤄도 손색이 없다. 4악장이 되면 승부의 추는 확실하게 기울 것이다. 어두운 운명을 이겨낸 그 환희의 감동은 청력도 잃고 당시 사회상을 울분 어린 눈으로 바라본 베토벤의 심정을 우리가 알기에 더욱 벅차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똑같이 작곡한다면 과연 그만큼 감동적일까? 감탄의 대상일 수는 있어도 인간의 이야기가 없는 한 감동의 대상은 아닐 것 같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