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처럼 기억과 연산
한곳서 처리 제품 촉진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0일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에서 패했다는 것은 인공지능이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관련 제품 수요가 빠르게 늘 가능성이 커진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한국 반도체 관련 기업에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연산기능을 맡은 프로세서와 기억에 해당하는 메모리 제품을 모두 생산하는 거의 유일한 글로벌 기업이라는 점이 차세대 반도체산업에서도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높은 회사로 꼽힌다. 인공지능 발전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의 고사양화가 가속화하면서 시각센서 등과의 연계기술이 부각될 경우 800만 화소 및 1300만 화소 CMOS이미지센서(CIS) 등을 생산하는 SK하이닉스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파고는 최고 사양의 기업용 서버 300대를 결합해 만든 ‘괴물’로 100만개가 넘는 반도체가 탑재돼 있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슈퍼컴퓨터는 컴퓨터를 병렬연결해 만든다. 알파고는 컴퓨터 300대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 사양의 서버 한 대엔 ‘두뇌’인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 네 개와 이를 지원하는 삼성전자의 D램 모듈 48개가 탑재된다. 이를 바탕으로 추정하면 알파고엔 CPU 1202개가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64기가바이트(GB) D램 모듈이 탑재됐다고 가정하면 서버 한 대당 D램 용량은 3테라바이트(TB)가 넘는다. 이에 따라 알파고에는 923TB 용량의 모듈이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고사양 서버에 들어가는 주력 D램인 20나노 8기가비트(Gb) DDR4로 나눠 계산하면 모두 92만3136개의 D램이 쓰인 셈이다. 각 서버에 에러를 대비해 D램 모듈이 하나씩 더 탑재되는 것까지 감안하면 103만8000개가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픽을 담당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176개,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합치면 총 106만개 이상의 반도체가 쓰인 것으로 관측된다.
김동욱/김현석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