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작년 12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때까지만 해도 세계 경제가 불황에 빠져들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반신반의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올 들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연초부터 중국을 비롯해 각국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데 이어 주요 투자은행(IB)에서 잇달아 불황을 경고하는 보고서가 나오고 있다.
"돈 풀기론 한계…재정정책·구조조정 병행해야"
◆씨티·JP모간, “불황이 다가온다”

윌럼 뷰이터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팀이 25일(현지시간) 내놓은 ‘증가하는 불황 가능성’ 보고서는 기초 체력이 부족한 세계 경제의 취약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중국 경기 둔화와 지속불가능한 통화정책, 한계에 처한 신흥국의 성장 모델, 지나친 부채 규모,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나 남중국해 갈등을 비롯한 국지적 리스크 등을 꼽았다.

씨티는 중국 경제에 대한 공식 통계치가 부풀려졌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비공식적인 통계를 이용해 다시 계산하면 지난해 4분기 세계 경제 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졌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올해 세계 성장률이 2.2~2.5%라고 내다보면서도 “불황의 판단 기준인 2% 이하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뿐 아니라 점점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JP모간 주식전략팀은 이날 투자자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미국 기업 실적이 나빠지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불황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JP모간은 “지난 115년간의 통계를 보면 기업 실적이 2분기 연속 감소했을 때 불황으로 이어진 비중이 81%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나머지 19%도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병행됐기 때문에 불황을 피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럴 형편이 안 된다고 우려했다. “현재 Fed가 돈을 더 풀 수 있는 수단이 제한돼 있고 (대선을 앞둔) 미국 정부도 재정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JP모간은 설명했다. 씨티그룹도 통화정책만으로는 해결이 어렵고 재정정책과 국가 간 공조 체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줄어든 무역량도 불황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네덜란드 경제정책분석국(CPB)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무역 규모는 전년 대비 13.8%(금액기준) 쪼그라들었다. 경기 둔화와 달러 강세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성장 기미 안 보여…긴급대응 필요”

26일 중국 상하이에서 이틀 일정으로 개막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캐서린 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발표한 ‘성장을 향하여’ 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8년이 지났는데도 세계 경제가 성장하는 기미를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다”며 “통화정책·재정정책·구조개혁 등을 병행하는 긴급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광범위하고 과감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며 “G20이 구조개혁에 활력을 불어넣을 때”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2006~2009년) 미국 재무장관으로 재직한 행크 폴슨은 이날 CNBC에 출연, “구조개혁을 위해서는 중국 정부가 기업이 망하도록 그냥 놔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