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바이오·제약 직접 챙긴다
SK그룹이 바이오사업을 크게 늘린다. 5대 성장산업의 하나인 바이오사업을 그룹 주력사업으로 키우기 위해서다. 그룹 지주회사인 SK(주)는 지난 25일 이사회를 열고 의약품을 생산하는 손자회사 SK바이오텍의 지분 100%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결정했다. SK바이오텍에 대해 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진행하기로 했다. 이 돈으로 설비를 증설할 계획이다. SK(주)는 이와 함께 해외 바이오업체를 인수한다는 계획 아래 적정 업체를 물색하고 있다. 해외 기업 인수에만 수천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본지 2월17일자 A1면 참조

◆의약품 생산 회사 지주사가 챙긴다

SK바이오텍은 의약품생산회사(CMO)다. 작년 4월 SK바이오팜에서 분리됐다. SK(주)는 SK바이오팜의 모회사이므로, SK바이오텍은 SK(주)의 손자회사다. SK(주)는 SK바이오팜에 1238억원을 주고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에 따라 SK바이오텍은 SK(주)의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바뀌게 됐다.

SK바이오텍을 자회사로 편입한 이유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지주사인 SK(주)가 의약품 생산 사업 육성을 직접 지휘하겠다는 의미”라며 “바이오·제약산업은 SK그룹의 미래 중요한 먹거리지만 장기간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계열사가 아닌 지주사가 맡아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텍이 향후 해외기업을 인수할 것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다른 회사를 인수할 때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해 SK바이오텍이 사업 확장시 제약이 많다”며 “자회사가 되면 이런 규제에서 자유로워진다는 측면을 감안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SK바이오텍이 연내 인수할 기업을 선정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인수합병(M&A)을 시작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위해 SK그룹은 복수의 외국계 증권회사를 인수자문사로 내정해 첫 공식회의(킥-오프 미팅)를 열었으며 10여곳으로 압축한 인수후보군을 더 좁혀 최종 인수 대상을 선정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우선 인수대상은 5억달러 규모의 유럽계 비상장 CMO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지역 상장·비상장 CMO도 검토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 관계자는 “SK가 4억~5억달러 규모 CMO를 두 곳 이상 인수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어 최종 인수 규모는 조(兆) 단위를 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23년 투자한 결실 맺을 것”

SK그룹 바이오사업은 SK(주)의 등기이사로 복귀하는 최태원 회장이 직접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SK바이오텍의 생산 규모도 5년 안에 네 배로 늘릴 예정이다. 현재 연 16만L 수준의 생산 규모를 2020년까지 64만L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세종시 명학산업단지에 신규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신규 공장은 2017년부터 가동을 시작한다. 내년 이후에는 매출 규모도 현재의 두 배가 될 것이라고 회사 측은 전망했다.

SK그룹이 바이오산업에 진출한 것은 23년 전인 1993년이다. 최 회장의 판단에 따라 신약 개발을 시작했다. 2007년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이후 신약 개발 조직을 지주회사 직속으로 두고 그룹 차원에서 투자해왔다. 2011년에는 신약 개발 사업조직을 분할해 SK바이오팜을 출범시켰다. 2014년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등 꾸준한 투자를 이어갔다.

이후 SK바이오팜은 신약 개발, SK바이오텍은 원료의약품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바이오·제약 사업은 SK그룹이 선정한 5대 핵심 성장 사업 중 하나다. SK그룹은 SK바이오팜을 2018년까지 생산, 마케팅, 판매까지 하는 종합 바이오회사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한 뇌전증(간질) 치료제는 최종 단계인 임상3상을 앞두고 있다. 2018년부터 유럽과 북미지역에서 시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판이 성공하면 수천억원을 신약 개발에 투자한 최 회장의 결단이 결실을 거두게 된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