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가 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CC에서 열린 PGA투어 노던트러스트오픈 4라운드 2번홀에서 티샷을 한 뒤 공의 궤적을 살피고 있다. AFP연합뉴스
최경주가 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CC에서 열린 PGA투어 노던트러스트오픈 4라운드 2번홀에서 티샷을 한 뒤 공의 궤적을 살피고 있다. AFP연합뉴스
“비거리가 젊은 선수들에 비해 한참 모자라는 건 맞아요. 하지만 아이언, 쇼트게임, 퍼팅 이 세 가지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습니다.”

최경주(46·SK텔레콤)는 올해 초 미국으로 떠나기 전 “아직 우승할 자신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달 초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 준우승을 차지한 그가 22일(한국시간) 끝난 노던트러스트오픈(총상금 680만달러)에서 공동 5위에 오르며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힘은 예전만 못해도 여전히 정상급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아들 진학 문제, 정신부담 덜어

최경주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CC(파71·7322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2개로 2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72타를 기록한 최경주는 공동 5위로 대회를 마쳤다. 우승은 15언더파 269타를 기록한 버바 왓슨(미국)에게 돌아갔다.

최경주는 전성기 때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탱크의 부활’을 알렸다. 6번홀까지 4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한때 공동 선두에까지 오르기도 했다. 아이언샷 감각이 특히 날카로웠다. 6번홀(파3)에선 홀인원을 기록할 뻔했다.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지난해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최경주는 지난해 19개 대회에 출전했으나 10위 안에 한 차례도 들지 못했다. 상금랭킹이 161위에 그쳐 가을 잔치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 12년 동안 빠짐없이 출전했던 마스터스에도 결석했다.

◆출전권 만료 앞둔 벼랑끝 투혼

최경주의 부활 비결은 크게 세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정신적인 부담을 크게 덜었다. 최경주는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에 인터내셔널팀 부단장으로 참가했다. 당시 최경주는 성적 부진에 대해 “아들(호준)의 대학 진학 문제로 선수 활동에 전념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국가 명예가 걸린 프레지던츠컵 부단장 역할도 중요했다”며 “내년에는 선수로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마음의 짐을 덜어낸 만큼 아버지와 코치가 아닌 ‘선수’ 최경주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의지였다.

두 번째는 강한 동기 부여다. 2011년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우승으로 5년 동안 확보한 최경주의 투어 출전권은 올 시즌 만료된다. 선수로선 적지 않은 나이여서 투어 카드를 잃으면 PGA투어 복귀를 장담하기 어렵다. 꼭 우승이 아니더라도 올해 상금랭킹 125위 안에 들어 시드를 유지해야 할 상황이다.

특별한 애착이 있던 마스터스 출전권을 잃은 것도 그를 자극했다. 최경주는 절박한 심정으로 겨울 훈련에 임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전지훈련지인 중국 광저우에서 구슬땀을 흘린 뒤 1월 중순 하와이로 가서 단계적으로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최경주는 상금 108만2000달러로 21위를 달리고 있다.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하면 투어 카드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정확도가 좋아졌다. 그는 “줄어든 거리를 정확도와 퍼트로 만회하겠다”고 장담했다. 그의 올 시즌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는 276.3야드로 196위에 머물고 있지만 페어웨이 안착률은 상위권인 30위를 기록하고 있다. 퍼트로 줄인 타수(stroke gained:putting)도 평균 0.56개로 전체 31위에 올라 있다. 최경주는 최근 퍼트 전문 코치인 팻 오브라이언에게 퍼트 레슨을 받고 있다. 그는 “올해 들어 쇼트게임도 잘되고 특히 퍼트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 준우승과 함께 올초 334위에서 133위까지 뛰어오른 최경주의 세계랭킹은 이번 대회 5위에 힘입어 102위까지 도약했다. 한국 선수로는 안병훈(28위) 김경태(72위) 다음이다. 한국남자골프는 올해 7월 기준 상위 2명까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남자골프 대표팀 감독으로 이번 올림픽에 참가하는 최경주는 선수 겸 감독 자리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