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한 뮤지컬 ‘오케피’의 배우 최우리(오른쪽 두 번째).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한 뮤지컬 ‘오케피’의 배우 최우리(오른쪽 두 번째).
회사원 김수빈 씨(24)는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을 보고 뮤지컬 ‘레베카’를 예매했다. 평소 뮤지컬을 즐기지 않지만 뮤지컬 배우 차지연이 ‘캣츠걸’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해 부른 노래 ‘담배가게 아가씨’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등을 듣고 크게 감동했기 때문이다. 뮤지컬 레베카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 관계자는 “차지연 씨 방송이 나간 뒤 레베카에 대한 문의 전화가 급증했다”며 “평소 뮤지컬에 관심이 없던 관객도 방송의 감동을 무대에서 느끼고 싶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무대예술인 뮤지컬·연극과 방송 예능 프로그램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뮤지컬 배우가 탄탄한 노래 실력과 연기력, 입담을 무기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방송을 통해 처음 뮤지컬을 접한 관객이 공연장을 찾으면서 관객층도 넓어지고 있다.

오는 28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오케피’에 출연 중인 뮤지컬 배우 최우리는 지난달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해 큰 호응을 얻었다. 뮤지컬 ‘캣츠’의 ‘Memory’와 ‘레 미제라블’의 ‘On My Own’ 등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뮤지컬 넘버(삽입곡)를 열창하고, 직접 뮤지컬 발성 연습을 보여줬다. 뮤지컬에 대해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속시원히 설명해 큰 관심을 받았다.

지난달 KBS ‘해피투게더3’에는 뮤지컬 오케피에 출연 중인 배우 황정민 김원해 정상훈 백주희가 출연했다. 배우 김원해는 싸이보다 10년 먼저 공연 ‘난타’로 뉴욕에 진출한 사연을 소개하며 ‘배우에게 무대의 의미란 무엇인가’를 이야기해 감동을 줬다.

공연과 방송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방송사에서 먼저 공연에 출연 중인 배우를 섭외하는 경우도 많다.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 라디오스타’는 28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렛미인’에 출연 중인 배우 박소담을 섭외했다. 방송에 출연한 박소담은 “연극 오디션 때 피를 갈구하는 뱀파이어를 표현하기 위해 바닥을 혀로 핥기도 했다”며 오디션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연극 ‘렛미인’을 제작한 신시컴퍼니 관계자는 “방송이 나간 뒤 연극 예매율이 오르는 등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렸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미국에서는 뮤지컬 주연 배우를 뽑는 오디션형 예능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얻는 등 뮤지컬과 방송이 시너지를 내는 사례가 많다”며 “상대적으로 관객층이 얇은 공연의 경우 방송과의 결합을 통해 관객층을 넓히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