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16.02.10 17:44
수정2016.02.10 17:44
`리플리 증후군`을 소재로 한 영화 `멜리스` 개봉 소식이 전해지며 `리플리 증후군`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리플리 증후군`이란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상습적으로 반복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뜻하는 용어다. `리플리 증후군`은 미국 소설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Patricia Highsmith)의 `재능 있는 리플리 씨 (1955)`라는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리플리 증후군`은 성취 욕구가 강한 무능력한 개인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는 현실에 직면했을 때 발생한다. 이들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어 열등감과 피해의식에 시달리다가 상습적이고 반복적인 거짓말을 일삼으면서 이를 진실로 믿고 행동하게 된다.학벌이 중시되는 우리나라에서는 학력위조 사건이 수차례 발생하며 `한국형 리플리 증후군`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SNS에서 남의 사진을 도용하거나 자신의 처지에 맞지 않는 명품 가방이나 고가의 자동차 사진을 올리며 `보여주기`식의 게시물을 올리는 현상도 `리플리 증후군`으로 설명할 수 있다.이처럼 `리플리 증후군`을 앓는 사람은 주변에서 멀리 있지 않다. 이런 현상은 영화나 드라마, 소설로 만들어지며 `리플리 증후군`의 위험성을 일깨운다. `리플리 증후군`을 소재로 한 영화 네 편을 소개한다.◆멜리스 (2016)김용운 감독의 영화 `멜리스`는 `리플리 증후군`을 겪고 있던 한 여자의 잔혹한 범죄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이 영화의 바탕이 된 일명 `거여동 여고 동창 살인사건`은 친구의 행복한 가정에 질투심을 느낀 한 여인이 동창생은 물론 세 살, 한 살 된 친구의 어린 자녀까지 끔찍하게 살해한 사건이다.영화는 이 끔찍한 실제 사건과 함께 범인이 겪고 있던 `리플리 증후군`을 집중 조명하여 단순히 질투로 벌어진 참극이 아닌 부러움, 시기, 분노 등 다양한 감정이 복합적으로 얽힌 끝에 벌어진 사건임을 상기시켜주고 있다.대학 시절 급격히 가세가 기울며 사회로부터 고립된 채 자신만의 세상 속에서 삶을 살아가던 `가인(홍수아 분)`이 우연히 친구 `은정(임성언 분)`을 만나면서 겪는 심리적인 감정의 변화를 담았다.공포, 스릴러/ 2016.02.11./ 96분/ 한국/ 15세 관람가◆거짓말 (2015)피부과에서 시술 보조업무를 하는 아영(김꽃비 분)은 자신의 초라한 현실을 잊기 위해, 자신을 돋보이려고 거짓말을 일삼는다. 그녀는 허언증, `리플리 증후군`을 앓고 있다.알코올 중독자 언니, 가난한 집안 사정. 출구가 없는 구질구질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거짓말이다. 현실이 더 힘들어질수록 아영의 거짓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종국에는 모든 거짓말이 탄로 나 결국 삶이 망가진다.누구나 살면서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한다. 아영 역시 처음에는 가벼운 거짓말로 남을 속인다. 자신의 거짓말에 속는 사람들을 보며 즐거움을 느끼고 진짜 자신을 잃어버린 채 허구의 인물에 완전히 이입했다. 영화 속 그녀의 대담한 거짓말은 영화를 보는 내내 불안하고 초조한 감정을 안긴다.드라마/ 2015.10.29./ 98분/ 한국/ 청소년 관람불가◆화차 (2012)변영주 감독의 `화차(2012)`는 일본 소설가 미야베 미유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변영주 감독은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IMF 경제위기 시대로 시공간을 옮겨 이야기를 풀어낸다.한 남자가 실종된 약혼녀를 찾아 나서고 그의 사촌 형인 전직 형사가 그를 돕는다. 이 과정에서 약혼녀의 이름뿐만 아니라 그의 모든 것이 가짜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와 관련한 충격적인 사실들과 마주하게 된다. 실종 사건의 이면에는, 빚으로 인한 한 개인의 비극이 숨겨져 있다.경선(김민희 분)은 아버지의 빚 때문에 빚쟁이들에게 협박당하는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그런 자신의 운명에서 벗어나고자 다른 사람의 삶을 꿈꾼다. 경선은 언제 사라져도 크게 상관이 없는 사람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선영을 표적으로 삼게 되고, 선영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후 선영을 죽이고 선영 행세를 한다. 하지만 그런 선영 또한 빚 때문에 개인 파산 상태란 사실을 알게 된 경선은 또 다른 범죄를 꾀하게 되고 경찰은 그런 경선을 추격한다.이 영화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망가져 가는 개인들을 통해 현대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해부한다. `화차`의 순제작비가 18억 원이었고 손익분기점이 관객 100만 명이었는데, 개봉 7일 만에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하여 흥행에 성공했다.미스터리/ 2012.03.08./ 117분/ 한국/ 15세 관람가◆태양은 가득히 (1960)1960년 르네 클레망의 작품으로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재능있는 리플리씨 (The Talented Mr. Reply)`를 원작으로 했다. 당시 무명이나 다름없던 알랭 들롱을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준 작품이다.톰 리플리(알랭 들롱 분)는 재주는 많고 머리는 비상하지만 가난한 청년이다. 필립 그린리프(모리스 로네 분)의 아버지의 부탁을 받고 필립을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데려가는 일을 맡는다. 하지만 필립이 자신에게 인간적인 모욕을 주자 그를 살해하고, 필립 행세를 하며 부유한 생활을 즐긴다.하지만 필립의 친구에게 정체가 들통 나자 그를 죽이고 모든 죄를 필립에게 뒤집어씌운다. 이후 톰은 필립의 애인 마르쥬(마리 라포레 분)의 마음도 얻고 완벽하게 필립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것은 수포가 된다.이 영화는 인간 내면에 잠재된 모방 본능과 부에 대한 갈망과 성적 욕망에서 비롯된 탐욕을 절제된 화법으로 그리고 있다. 인간의 본성이라고 할 수 있는 모방 욕망이 자본주의 사회의 신분적 격차에 의해 어떻게 왜곡되는지 보여준다.범죄, 스릴러, 드라마/ 2004.05.11./ 118분/ 프랑스 외/ 12세 관람가
MAXIM 장소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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