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천연가스 시장의 선두주자인 러시아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길에 나선 미국과 ‘치킨게임’을 벌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 원유시장을 둘러싸고 중동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셰일오일업계가 벌이고 있는 가격 전쟁이 가스 시장에서도 나타날 것이란 예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두 달 뒤부터 미국산 LNG의 유럽 수출이 본격화한다”며 “러시아가 시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미 천연가스업계와 일전을 불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4일 보도했다. 미 의회는 지난해 자국에서 생산한 천연가스와 원유를 해외에 수출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개발 중인 가스전까지 포함하면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량은 세계 최대 천연가스회사인 러시아 국영 가즈프롬이 유럽에 수출하는 규모의 3분의 2에 달한다. 가만히 뒀다가는 시장을 잠식당할 우려가 크다는 게 러시아의 판단이다. FT는 “천연가스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는 러시아로서는 미국과의 가격 경쟁을 피하고 싶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전략은 가격 인하다. 영국 옥스퍼드대 에너지연구소(OIES)에 따르면 러시아가 독일에 천연가스를 공급할 때 소요되는 비용은 1mmbtu(100만파운드의 물을 화씨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당 3.5달러로 미국(4.3달러)보다 낮다.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의 티어리 브로스 애널리스트는 “러시아는 미국의 LNG 수출과 관련해 계산을 끝냈고 가격 전쟁이 발생하면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OIES는 올 한 해 러시아가 미국 천연가스업계를 시장에서 밀어내는 데 필요한 비용이 약 13억달러라고 분석했다. 가즈프롬 연 매출의 1% 미만이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