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은 평균적으로 수입의 18%를 쓸 만큼 자동차에 많이 투자한다. 자동차를 쓰지 않고 거의 대부분 주차장에 세워둔다고 해도 말이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집카(Zipcar)’다. 고객은 인터넷에 접속해 가장 가까운 곳에 주차된 집카를 이용한 뒤 가장 가까운 주차장에 돌려준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1883~1950)가 주창한 ‘창조적 파괴’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슘페터는 기업가야말로 불황을 깨는 주체이며 그들의 혁신적인 사고와 도전이 자본주의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경제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경제 전문 편집장인 에이드리언 울드리지는 “최악의 경제를 뚫고 전진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혼란과 파괴 직전의 ‘작은 변화’를 포착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울드리지는 《대혼란을 넘어》에서 창조와 파괴의 거대한 광풍을 읽을 수 있는 다양한 단서들을 소개한다.

먼저 창업은 젊은이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이 깨지고 있다. 저자는 ‘올디스 벗 구디스(Oldies but Goodies)’라는 단어를 통해 “기업가에게 나이는 유리한 점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한다. 비벡 와드하 캘리포니아 싱귤래리티대 교수가 매출 10억달러 이상인 미국 첨단기술 및 엔지니어링 기업 500곳을 조사한 결과 성공적인 정보기술(IT) 기업 창업자의 평균 나이는 39세였다. 60대 이상일 때 창업해서 성공한 사람이 20대에 성공한 창업자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최근 수십년간 이어지는 창조와 파괴 사이에서 사람들은 언제 가진 것을 잃을지 몰라 불안에 떨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세계 전체를 보면, 지난 20년 동안 수많은 사람이 가난에서 벗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창조가 파괴보다 우세한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