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묘역서 무릎 꿇은 김종인

국보위 참여 전력 거센 항의받아
봉하마을 방문 땐 주민들 환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31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전두환 정권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했던 전력을 사과했지만 일부 5·18 관련 단체 회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김 위원장은 “광주의 상황을 와서 보니 사죄의 말씀을 드려야 하겠다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난다”며 “거룩한 분들의 뜻을 받들어 보다 많은 민주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5·18 관련 단체 관계자들과 만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한 데 이어 이틀 연속 국보위 참여 전력에 대해 사과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아직까지도 5·18 당시 광주 시민들의 상처가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한편으로는 광주라는 곳이 미래에 대해 굉장히 답답한 심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5·18 영령들의 정신을 받들어 더 많은 민주화를 이루겠습니다”고 방명록에 적었다. 5·18 기념재단, 5·18 민주유공자유족회, 5·18 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 구속부상자회 관계자들도 참배에 동참했다.

그러나 5·18 민주유공자회 설립추진위원회 등 일부 단체 관계자 30여명은 이날 김 위원장 등 더민주 지도부가 묘역에 도착하기 전부터 “국보위 참여 후회 없다는 사람은 망월묘역을 참배할 자격이 없다”는 등의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과 동행한 5·18 단체 관계자가 “5·18을 왜 정치에 이용하려고 하느냐”고 반박하는 등 5·18 단체 회원들 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가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부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봉하마을 주민들은 ‘환영합니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나오는 등 김 위원장을 환대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