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리 퇴진, 3년공든탑, 하루아침에 무너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2년 12월 취임한 뒤 일본경제 재생을 위해 전력을 다한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 추진의 핵심동력 아마리 아키라 경제재정·재생상의 불명예 퇴진이 아베 정권의 '존립 위기'에 버금가는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아베노믹스의 추진은 물론 권력구조의 주축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아베노믹스 추진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29일 아베 정권의 완충 역할을 담당했던 아마리 재생상은 취임 뒤 아베 정권의 성장 전략을 다듬는 경제산업성 관료그룹의 사령탑이면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교섭 책임자였기 때문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그의 퇴장으로 정권 운용 자체가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가 내각 핵심 4인방의 균형추 역할도 수행해왔기 때문이다.

신문에 따르면 2016년도 예산편성을 실질적으로 매듭지은 작년 12월 23일 밤 도쿄 아카사카의 한 음식점에서 아베 총리,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그리고 아마리 재생상 등 정권의 핵심들은 자리를 함께 하고 "아베노믹스를 실행해 정말 좋지 않았는가"라며 한목소리로 축하했다.

호흡을 잘 맞춘 4중주 음악단처럼 아베 정권의 요체였던 이들은 아베 2기 정권 출범 뒤 3년 이상 부동의 위치를 유지했다.

각료들 가운데는 4명 이외에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만 바뀌지 않았다.

4명의 출신파벌은 제각각이다.

이들은 아베가 최초에 총리에 오르는 과정부터 파벌의 울타리를 넘어서 맹우관계를 형성했다.

2006~07년 제1차 아베 내각에서도 아소는 외무상이나 자민당 간사장, 스가는 총무상이나 당선거대책총국장, 아마리는 경제산업상을 맡았다.

그 후 아소 내각이나 야당시대 종반에 아베가 당총재로 부활할 때도, 스가와 아마리는 요직을 맡으며 아베를 탄탄하게 지탱했다.

이들 4인방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임명, 소비세율 8% 인상이나 10% 실시 연기, 법인세 실효세율 인하 등 아베노믹스의 핵심 정책에 대한 의사결정이 이뤄질 때마다 밀실협의를 통해 결론을 내곤 했다.

아베는 재집권 초기 '경제재생과 재정건전화의 양립'을 통한 성장 중시 정책을 펴면서 경제재정정책 조정자역인 아마리의 균형 감각을 적극 활용했다.

아마리 재생상은 이 4인방 가운데에서 암묵적인 서열로 '4인자'를 자임했다.

스스로 4인 사이의 완충역을 연출하면서 권력구조의 안정판 역할을 해 온 것이다.

4인방의 맹우관계는 아마리로 인하여 무너지기 어려웠다고 니혼게이자이는 평가했다.

실제 소비세 경감세율 문제 등 정책에서 스가와 아소가 삐걱거릴 때마다 아마리가 중재해 조정해냈다고 한다.

거시정책을 담당하는 '경제재정자문회의', 성장전략을 만드는 '산업경쟁력회의', 설비투자의 확충을 노리는 '미래투자를 위한 관민대화', 임금 인상을 추동하는 '경제의 선순환 실현을 위한 노사정회의' 등 아베노믹스 관련 협의체를 만드는 임무도 아마리가 혼자 도맡아 수행했다.

협의체 구성 아이디어는 아마리가 발탁한 경제산업성 관료그룹이었다.

아베 총리가 2012년 두 번째 집권할 때 성장에 의한 부의 창출 등 핵심공약을 마련한 것도 아마리다.

그는 경제재생상에 오르자마자 전직 각료들로 구성된 '일본경제재생본부'를 신설했고, 내각관방에 종합사무국도 두었다.

2013년5월에는 핵심 실무역인 사무국장대리에 경제산업상 시절부터 알고 지낸 전직 경산성 제조산업국장에게 맡겼다.

자신의 정무비서관에도 경산성 관료를 발탁했다.

아베 총리도 수석총리비서관과 보좌관 등 요직에 경산성 출신을 배치해 아마리를 적극 지원했다.

그래서 다케나카 헤이조 게이오대학 교수는 "경산성 관료내각"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아마리의 영향력이 컸던 경제산업성은 부총리실인 재무성의 위세도 억누르면서 총리관저와 직결해서 업무를 처리하기도 했다.

그런 '경산성관료내각'의 기둥이 꺾이며 정부 부처간 역학관계의 대변화도 예상된다.

오는 2월 4일 뉴질랜드에서 열릴 TPP 서명식은 물론 향후 국회 통과와 다른 나라들과의 입장 조율도 크게 흔들리게 됐다.

아베 총리는 종래에 외무, 경제산업, 농림수산, 재무 등 4개 성에서 분담해 추진하던 통상교섭 체제를 아마리에게 일원화해 추진해 왔다.

총리와 직결, 한목소리로 협상에 임하게 해 전권을 쥔 아마리는 작년 10월 TPP를 타결지었다.

TPP의 비준과 그 실시를 위한 일본내 대책관련 법안의 심의는 정기국회 후반인 4∼5월의 최대 쟁점이다.

그런데 아베 정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개인적으로 가장 의지했던 아마리를 잃는 바람에 아베 총리는 야당으로부터 날아올 화살을 정면에서 막아내야 하는 처지다.

니혼게이자이는 '성을 쌓는데 3년 걸렸는데, 성이 무너지는 것은 하루'라는 표현을 하면서 아베 정권이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위기에 직면했다고 결론지었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ta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