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스 / 애덤 그랜트 지음 / 홍지수 옮김
한국경제신문 / 464쪽 / 1만6000원
책 읽기를 마치고 내린 평가다. 저자는 와튼스쿨(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 최연소 종신교수 애덤 그랜트로 대중서 시장에서 경쟁력이 뛰어난 작가다. 그의 책들은 탄탄한 학문적 배경을 갖춘 연구서의 성격도 있지만 무엇보다 뛰어난 필력 덕분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오리지널스》는 평범한 개인이나 조직의 독창성과 창의성을 강화하는 방법과 사례를 담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는 독창적인 사람이 되는 방법을 다룬다. 모두 8개 장으로 구성돼 있지만 마음이 급한 독자라면 서문을 읽은 다음 결론에 포함된 ‘효과적인 행동지침’을 먼저 읽어도 좋을 것이다. 독창성을 강화하기 위한 개인의 행동 지침은 물론 조직의 지도자나 부모, 교사를 위한 지침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1장은 총론적 성격에 가깝고 나머지 장은 부제를 살펴보면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알아보는 비결, 윗사람에게 진언하기, 적절한 시기 포착과 전략적 지연의 중요성 등이다. 지금까지 창의성을 다룬 책은 많이 나왔지만 이 책처럼 최신 연구 결과까지 포함한 포괄적인 연구보고서 성격의 대중서는 드물었다.
책을 통해 독창성이 미약한 사람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배울 수 있고, 독창적인 사람이라면 공감과 개선 방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내용과 주제는 두 단어, ‘독창성’과 ‘창의성’으로 요약된다. 독창성은 “특정한 분야에서 비교적 독특한 아이디어를 도입하고 발전시키는 능력”, 창의성은 “참신하고 유용한 개념을 생각해내는 능력”을 말한다. ◆어떻게 독창성을 키울 수 있을까
우리 경제가 저성장 상태에 들어가면서 독창적인 사람이 만들어내는 창조와 혁신의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독창적인 사람을 키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스스로 독창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유익한 내용이 틀림없이 도움이 되겠지만 두툼한 분량 때문에 제법 시간을 들여 짬짬이 읽어야 할 책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독자의 실용적 읽기 성향을 미뤄보면 분량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들일 가치가 충분하다.
책을 펼치면 저자 자신이 초기 투자 제안을 받아 대단한 부자가 될 수 있었지만 기회를 놓친 일화를 소개한다. 자신의 강의를 듣던 한 학생이 친구들과 창업한 안경 판매 사이트 ‘와비파커’ 이야기다. 저자는 그 제안을 물리친 것이 일생일대의 실수라고 고백한다. 모두 안경을 끼고 있던 학생들은 “안경에 엄청난 가격표가 붙은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창업을 준비한다. 독창성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뛰어난 두뇌가 아니다. 독창성은 누구나 순응하는 현상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는 데서 시작된다.
저자는 신동, 모범생이 대부분 주어진 길에서 최고의 성과를 거두는 데 그치고 만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들은 순응에 익숙하고 반항을 불편해한다. 한쪽에는 순응하는 길이 있고 또 다른 한쪽에는 독창성의 길이 있다. 독창적인 사람들은 남이 가지 않는 인적이 드문 길을 선택해 시류를 거스른다. 그리고 참신한 아이디어나 가치를 추구하며 더 나은 상황을 이끌어낸다. 수십년 동안 룩소티카라는 거대 기업이 안경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었음에도 누구도 이 통념에 반란을 꾀하지 않았다. 와비파커는 오프라인에서 500달러에 팔리던 안경을 온라인에서 95달러에 판매함으로써 5년 만에 연매출 1억달러, 시가총액 10억달러 회사로 성장했다.
◆더 나은 대안을 찾는 사람들
독창성은 “왜 그런가?”라는 간단한 호기심에서부터 시작된다. 경제학자 마이클 하우스먼은 고객상담 직원 3만여명을 조사하면서 이들의 재직 기간이 웹브라우저 종류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웹브라우저로 파이어폭스나 크롬을 이용하는 직원이 인터넷 익스플로러나 사파리를 이용하는 사람보다 재직 기간이 15% 더 길었던 것이다. 이 현상은 무엇을 말할까. 컴퓨터를 구입할 당시 깔려 있는 브라우저를 그냥 사용하는 사람보다 더 나은 것은 없는지 시험해본 사람의 재직 기간이 더 길었다. 자신의 처지를 스스로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은 자신의 업무를 원하는 방식으로 재창조하는 데 능숙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작은 일에서조차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길 거부하고 개선하려는 의지를 지닌 사람이 결국 독창적인 사람으로 자리매김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장점은 생생한 사례와 이론의 적절한 조화다. 경제학, 경영학, 심리학 등 독창성에 관한 탄탄한 연구 결과를 일반 독자가 어떻게 접할 수 있겠는가. 학술 논문에나 꽁꽁 숨어 있을 법한 이론과 법칙, 사례를 대중에게 제공하는 가교를 놓았다는 점에서 저자의 탁월함이 돋보인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경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