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와 청도의 이색 전시공간에서 색다른 전시와 공연이 열린다.

청도군 각북면의 겨울들판은 거대한 갤러리로 변했다. 하나에 300㎏이 넘는 짚단 2개를 쌓아 천으로 감싼 뒤 예술을 입힌 전시다. ‘대지예술’이라 불리는 랜드아트다. 전원 속의 예술촌으로 통하는 청도군 각북면은 최근 많은 예술인의 갤러리와 창작 스튜디오가 들어서고 있는 곳이다.
청도군 각북면에서 농부와 화가들이 짚단을 활용해 설치한 랜드아트.
청도군 각북면에서 농부와 화가들이 짚단을 활용해 설치한 랜드아트.
랜드아트에는 각북면 내 농부 두 명과 4개 갤러리에서 화가 9명이 참여했다. 1960년대 영국과 독일 미국 등지에서 성행했던 미술경향이다. 올해가 두 번째 전시로 뉴욕에서 활동하는 화가 최규 씨와 패션디자이너 최복호 BK갤러리 대표가 공동으로 기획해 2014년 말 시작했다.

최복호 대표는 “농부에게는 한 해 풍성한 수확을 주었고, 패션디자이너에게는 뛰어난 디자인 영감을 준 자연에 감사하고 화가는 화가로서 살아갈 수 있게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는 의미에서 전시제목도 ‘땡큐~땡큐~’라고 붙였다”고 소개했다. 전시는 28일까지 열린다.

가수 이름을 딴 거리로 작년 114만명이 다녀간 김광석길 방천시장에도 ‘방천난장’이라는 이색 전시공간이 생겨 김광석길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예술경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전시공간은 방천시장 안에 상가 4개의 벽을 허물어 만든 약 230㎡ 규모의 투박한 창고형이다. 이곳에서 오는 25일 유학파 음악가로 구성된 연주단체 ‘뮤지칸테’가 오후 8시부터 클래식기타 성악과 바이올린 플루트, 전통악기 해금으로 곡해설과 연주를 곁들인 렉처콘서트를 개최한다. 김광석의 음악도 연주된다. 작년 말 개장 이후 소규모 전시회를 열었지만 정식 공연은 처음이다.

하루 10명도 다니지 않던 시장 뒷골목이 한 해 100만명이 넘는 관광명소로 변한 대구 김광석길과 방천시장. 현대식 건물과 카페 등이 들어서면서 임대료가 치솟아 허름한 시장 빈 상가를 임차해 활동하던 예술가들이 하나둘 밀려나고 있다.

도심이 개발되면서 원주민과 예술가들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김광석길 방천시장에서도 볼 수 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독지가 최문종 씨와 방천시장에서 예술기획을 하는 B커뮤니케이션 정세용 대표가 건물을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 작년 말 개관했다. 이 공간을 임대하면 월 500만~700만원의 임대료가 보장되지만 예술가와 관광객을 위해 상가를 리모델링해 전시공간으로 탄생시켰다.

방천난장 관장을 맡은 정세용 씨는 “예술가들이 자본의 논리에 밀려 방천시장에서 사라져가고 있지만 예술가의 힘으로 살린 방천시장과 김광석길에 늘 예술인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전시와 공연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