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몇 년 전 야심차게 시작한 의료기기, LED(발광다이오드) 조명 등 신사업이 고전하고 있다. ‘G·P·S’가 시장을 굳건히 사수하고 있어서다. G는 제너럴일렉트릭(GE), P는 필립스(Philips), S는 지멘스(Siemens)를 말한다. LED 조명에선 지멘스와 같은 독일 기업 오스람(Osram)이 GE, 필립스와 함께 전통 강자로 꼽힌다.

1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의료기기사업부는 작년 약 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2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2010년 의료기기 사업을 5대 신수종사업의 하나로 선정해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지난 5년간 국내에서 메디슨과 프로소닉, 해외에서 넥서스 레이 뉴로로지카 등 모두 5개사를 인수했다. 삼성은 이를 통해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해외 대형 병원 등을 상대로 영업해왔다.

삼성 관계자는 “해외 대형 병원과 수십년씩 거래를 해온 소위 G·P·S의 벽을 뚫기가 쉽지 않다”며 “기존 기업을 인수해 시장을 개척하기로 하고 지난 2년간 꾸준히 인수 대상을 물색해왔으나 괜찮은 회사가 나오면 이들 G·P·S가 빠르게 사버려 이마저도 쉽지 않아졌다”고 말했다.

LED 조명 사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기존 조명 시장의 전통 강자인 G·P·O, 즉 GE 필립스 오스람뿐 아니라 미국 크리(Cree), 일본 니치아(Nichia)도 강자로 부상한 데다 중국의 신생 업체까지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작년 말 삼성전자는 LED 반도체를 만드는 LED사업부를 사업팀으로 격하시켰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