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는 다음달부터 인접한 완주군과 김제시에 입주하는 상시 근로자 50명 이상 기업 한 곳당 최대 5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당장 기업을 유치할 공간이 없는 전주시가 공동경제권 육성 차원에서 인접한 지방자치단체의 기업 유치에 발벗고 나선 것이다. 한 도시에 기업이 들어오면 세 도시 모두 소비 촉진 등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김승수 전주시장, 박성일 완주군수, 이건식 김제시장이 지난해 10월 체결한 광역권 기업유치단 협약의 후속 조치다.

김 시장은 18일 “전주와 김제, 완주는 예부터 공동생활권으로 어느 한 곳에라도 투자가 이뤄지면 소비 촉진 등 다양한 경제 효과가 다른 도시로 파급될 수 있다”며 “기업 유치 홍보도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에 기존 행정 경계를 넘어 공동사업을 펼치는 상생 바람이 불고 있다.
경기 광명시는 폐광으로 버려졌던 ‘광명동굴’을 지난해 4월 유료화했다. 8개월여 만에 100만여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성공 비결은 18개 지자체와의 상생 협약을 토대로 100여종의 와인을 동굴에서 판매한 것이다. 이곳에서 팔린 국산 와인은 3만여병, 판매금액은 6억여원이다. 와인 생산 지자체들은 농가 소득 증대 효과를 거뒀고, 와인 한 방울 나지 않는 광명시는 국내산 와인 판매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울산시와 포항, 경주시는 지난해 말 세계적인 융복합 비즈니스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하는 협약을 맺고 최근 공동으로 ‘동해안 연구개발특구’ 지정을 미래창조과학부에 신청했다. 3개 시가 보조를 취한 것은 지자체 출범 이후 처음이다.

대구시와 광주시는 미래형 친환경 자동차산업 발전을 위해 두 도시가 보유한 첨단 자동차 연구장비를 공유하기로 했다. 경기도와 제주도는 지난해 말 해외시장을 겨냥한 창업공동지원 플랫폼 구축과 빅데이터 등 미래 전략산업 육성에 나서기로 협약을 맺었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최문순 강원지사는 ‘DMZ 관광상품 개발’에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남 지사는 “오늘날 시대적 흐름은 협업”이라며 “행정구역 경계를 허물면 글로벌 스탠더드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원 원주시와 경북 경주시 등 도시 명칭이 ‘주’로 끝나는 14개 지자체는 ‘전국 동주도시 교류협의회’를 구성했다. 경기 이천시와 강원 홍천군 등 지명에 ‘천(川)’자가 들어가는 10개 시·군은 ‘전국 청정도시 협의회’를 구성했다.

각 지자체는 쓰레기장, 화장장 등 혐오시설을 기피하는 ‘님비 현상’도 상생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전북 정읍시와 고창·부안군은 최근 정읍시 감곡면에 3만9000여㎡ 규모 서남권 추모공원을 열었다. 3개 시·군이 예산을 분담해 4년 만에 완공했다. 전북 남원시와 순창군, 임실군은 ‘광역재활용품 기계화선별시설 설치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정부도 상생 모델로 인정해 사업비의 30%를 지원하기로 했다. 남원시 관계자는 “3개 시·군이 이 시설을 각각 설치할 경우 모두 9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힘을 합치니 30억원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충북 괴산군과 증평군도 중복 투자를 막고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쓰레기 소각장 건립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조재호 울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자체 간 연계 협력은 한정된 재원과 인프라,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는 핵심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지자체 출범 21년을 맞아 상생 협력은 지자체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전국종합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