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때' 묻지 않은 카보 폴로니오의 고요함속으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우루과이
'열정의 도시' 수도 몬테비데오
전남 여수시와 지구 정반대 도시
자정 넘은 시간 선술집에선 살사·탱고 춤의 열기로 '후끈'
'전기 없는 도시' 카보 폴로니오
몬테비데오 동쪽 약 250㎞…청정 해안의 도시
해변 따라 이어진 모래사구 환상적…2개뿐인 호스텔엔 '촛불잔치'
'열정의 도시' 수도 몬테비데오
전남 여수시와 지구 정반대 도시
자정 넘은 시간 선술집에선 살사·탱고 춤의 열기로 '후끈'
'전기 없는 도시' 카보 폴로니오
몬테비데오 동쪽 약 250㎞…청정 해안의 도시
해변 따라 이어진 모래사구 환상적…2개뿐인 호스텔엔 '촛불잔치'
네온사인과 열정에 끓어오르는 도시
우루과이 독립 영웅인 호세 알티가스의 기마상이 있는 중앙광장의 서쪽은 구시가지다. 옛날 식민지 시절에 조성한 돌바닥은 반질반질 윤기가 난다. 세월의 흐름을 간직한 거리 위로 사람과 자동차들이 분주히 오간다. 옛 건축물과 현재의 건축물이 마주한 몬테비데오 광장 곳곳에선 간이음식점을 볼 수 있다. 즉석에서 고기를 구워 만드는 햄버거가 인상적이다. 이곳에서 배고픈 여행객의 허기를 쉽게 달랠 수 있다.
몬테비데오의 밤은 화려하다. 도시를 화려하게 치장한 네온사인이 자유로운 금요일을 즐기려는 이들을 불러모으는 것 같았다. 자정을 넘은 시각에 펍(선술집)으로 향했다. 방금 도착한 여행객의 눈에 비친 현지인들의 삶은 흥미로웠다. 살사와 탱고를 추는 현지인 틈에서 함께 춤을 췄다. 몬테비데오에서 머물기로 계획한 시간은 하루뿐. 아쉬움을 남길 이유가 없었다. 춤의 열기로 가득한 몬테비데오의 밤은 뜨거웠다.
자연보호를 위해 개발을 중단한 마을
처음 카보 폴로니오에 가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태국 방콕에서 만난 아르헨티나의 자전거 여행자 때문이었다. 남미 여행을 준비하던 내게 그는 꼭 가봐야 할 장소라며 우루과이의 카보 폴로니오를 수첩에 적어줬다. 고즈넉한 풍경뿐인 그곳에는 여행을 다니다 발길을 멈춘 히피들이 장기 체류하며 생활한다고 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칠흑같이 어두운 밤을 양초로 밝히며 산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 말은 바람처럼 떠도는 여행자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우루과이 정부는 카보 폴로니오를 청정지역으로 만들었다. 1900년대에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모든 개발을 중단했다. 그래서 여행객이 갈 만한 숙소는 2개뿐이다. 태양열과 풍력발전기 등 자연 에너지를 이용하는 이곳의 마을은 전기를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낮에 활발히 움직이고 밤이 되면 초를 켠다. 얼마 되지 않는 작은 식당과 여행자들을 위한 호스텔도 양초 몇 개로 어두운 밤을 밝힌다.
식사를 하고 싶었다. 물으니 마을에 두 개뿐이라는 식당 중 한 곳만 문을 열었단다. 배낭에서 손전등을 꺼내 들고 식당을 향해 걸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문을 열자 식당 주인이 반기며 인사했다. 수많은 초가 식당 안을 훤히 밝히고 있다. 낡은 벽에는 촛농이 가득 묻었다. 어디선가 오즈의 마법사가 빗자루를 타고 나타날 듯한 분위기였다. 풍족하지 않은 재료지만 주인은 우리의 음식 취향을 묻고 정성껏 요리했다. 주문한 우루과이 맥주도 잔에 따라줬다. 그날 밤은 기분이 매우 묘했다. 숙소에 돌아와서도 그 여운이 길게 남았다.
카보 폴로니오에선 반드시 해야 할 것이 없다.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면 너나 할 것 없이 밖으로 나와 일광욕을 한다. 태양 아래 앉아서 악기를 연주하거나 누군가는 책을 읽는다. 그저 눈을 감고 명상을 하거나, 요가를 하는 이들도 있다. 해변을 걷거나 모래언덕을 오르고 마테차 한 잔을 마시기도 한다.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카보 폴로니오는 고요함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곳이다.
카보 폴로니오를 떠나던 날, 그리운 것은 숙소에서 만난 우루과이 친구 호세와 모래언덕에서 우리를 열심히 따라다녔던 검은 개 찰리였다. 왔을 때처럼 사륜구동 트럭을 타고 울퉁불퉁한 모랫길을 달려 마을 밖으로 나왔다. 돌아보니 며칠간 긴 꿈을 꾸고 온 것만 같다. 달콤한 내음 가득한 초콜릿 상자처럼 아련한 기억들. 카보 폴로니오는 마법 같은 기운을 전해줬다. 생각하면 아직 몸이 둥둥 떠 있는 듯하다. 그래, 그곳은 마법에 걸렸는지도 몰라. 사람들이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고, 개는 춤을 추고, 바다사자는 두 발로 땅을 걷는 그런 마법에….
여행 팁 손전등·간단한 음식 필수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의 시외버스터미널에서 3시간가량 버스를 타고 가면 카보 폴로니오로 가는 사륜구동 트럭을 탈 수 있다. 왕복탑승권의 유효기간이 1년으로 꽤 긴 편이고 비용은 170페소(약 6790원)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출발하면 우루과이 국경을 넘나드는 고속 페리를 타고 갈 수 있다. 카보 폴로니오에선 전기나 인터넷을 원활히 사용할 수 없다. 개인 손전등은 필수. 식당이나 상점도 충분치 않아 간단히 먹을 식량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혹시 먹을 것이 남는다면 이곳에 터전을 일구고 사는 사람들이나 장기 체류 중인 히피들에게 나눠주고 와도 좋겠다.
라라 여행작가(도서 《연애하듯, 여행》의 저자) mynamelara@naver.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