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현대제철 점유율 상승 기대
중소형 조선사 10여곳 폐업
현대미포조선·삼성중공업 주목할 만
한진중공업은 15일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9개 채권은행의 동의를 얻어 자율협약(채권단 공동 관리) 절차를 시작했다고 공시했다. 채권단은 한진중공업의 채무상환 시점을 미뤄주고 회계법인을 선정해 실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증권업계는 한진중공업에 이어 한계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좀비 죽이기:시작된 구조조정’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계기업이 경제 성장동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며 “한계기업 부실이 국책금융기관으로 옮겨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도 정부가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5대 산업(조선·해운·석유화학·철강·건설)의 구조조정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229개의 부실징후기업을 선정하는 등 한계기업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승자독식’ 형태의 산업 재편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철강업체가 최근 4년간 설비를 팔거나 폐쇄한 사례가 82건에 달했다”며 “국내 철강업체의 추가 구조조정이 예고된 만큼 선두업체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신아에스비 세아중공업을 비롯해 중소형 선사 10여곳이 폐업한 조선업도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 대형 선사도 인력과 사업 규모를 줄이고 있다. 김홍균 동부증권 연구원은 “중소형 조선사의 폐업으로 현대미포조선 유조선 수주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대형 선사가 실적 악화를 불러온 해양플랜트 사업부문을 축소하고 있는 만큼 이 분야에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 삼성중공업을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건설업에서는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사업다각화에 나선 종목이 관심 대상이다. 업황 침체를 견뎌낼 ‘맷집’이 있는 데다 한계기업이 퇴출되면 입지가 더욱 탄탄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사업다각화에 성공한 대림산업과 현대산업개발이 유망 종목으로 꼽힌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