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제도의 힘'이 국가 흥망 가른다
어느 국가든 매우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것이 경제 성장이다. 국민의 생활 수준을 높이고 삶을 안정적으로 꾸려가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부국을 꿈꾸는 나라는 많지만 모두 그렇게 되지는 못한다. 잘살던 나라가 가난해지는 경우도 있다. 19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세계 10대 부국에 들던 아르헨티나는 2014년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무엇이 경제 부국을 이루는 것일까.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제도의 힘》에서 “경제 성장의 가장 중요한 바탕은 제도”라며 “시장경제 제도의 유무와 그 제도를 얼마나 잘 적용했는지가 각국의 경제 흥망을 가른다”고 주장한다. 그는 “민족성이나 문화적 배경 등을 국가 간 경제력 차이의 원인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근본 원인은 제도”라며 “같은 역사와 문화를 지녔지만 경제적 격차가 큰 남북한이 이를 잘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제도주의적 관점에서 세계 경제사를 훑는다. 시장경제 제도를 택한 국가가 선진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효율적 시장경제 체제의 출발점이 된 중세 베네치아부터 기업을 발달시킨 영국의 산업혁명, 19세기 이후 독일과 미국의 경제 성장 등을 차례로 짚는다. 그는 “기업은 최고의 발명품이자 제도”라고 말한다. 개인 간 거래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크게 올리는 동력이 됐기 때문이다. 저자는 “산업혁명을 통한 기술혁신도 발명가가 고안한 기술을 기업이 도입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근현대 서구 국가의 경제 발전이 식민지 수탈로 이뤄진 것이라는 주장을 반박한다. 그는 “서구가 잘살게 된 것은 사람들이 사익을 추구하며 생산과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유인을 준 시장경제 제도 덕분”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한국도 마찬가지”라며 “일제시대부터 형성된 시장경제의 틀을 잘 활용한 덕분에 6·25전쟁으로 파괴된 생산시설 등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고 세계사에 드문 경제적 성취를 이뤘다”고 주장한다.

조선이 시장경제를 들여오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은 이견의 여지가 있다. 저자는 “조선 후기에 상업으로 재물을 모은 사람들은 양반 행세를 하기 위해 농토를 구입했다”며 이를 조선에 시장경제가 자리 잡지 않은 근거로 든다. 목화 담배 약초 등 상품작물을 재배하는 경영형 부농이 대거 등장한 당시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조선은 일본에 빚을 많이 졌다는 핑계로 전쟁도 한 번 못 해보고 나라를 빼앗겼다”고 국권 피탈의 원인을 설명하는 부분도 당대 국제외교와 정치 상황을 고려하면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책을 추천한 오주연 교보문고 MD는 “일자리와 밀접하게 관련 있는 경제 성장을 제도의 관점에서 접근했다”며 “대학생들이 시시각각 변하는 세계 각국의 경제 제도를 이해하고 경제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넓은 시야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