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신생정당 30대 대표, 그리스·캐나다 40대 총리, 미국 40대 하원의장
"경기침체 속 변화 열망 커져…SNS 소통·신선한 매력도 먹혀"

전 세계적으로 30∼40대 중반 젊은 정치인들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은 젊은 카리스마와 신선한 감각으로 무장한 채 기성정치에 지친 대중으로부터 뜨거운 지지를 얻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치러진 스페인 총선거에서 30여 년간 이어진 양대 정당 체제를 깨뜨리는 돌풍을 이끈 주역은 두 신생 정당의 30대 중반 대표들이다.

좌파 신생정당 '포데모스'('우리는 할 수 있다')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37) 대표와 중도우파 신생정당 '시우다다노스'(시민들)의 알베르트 리베라(36) 대표가 이들이다.

이들은 저마다 기성 정치권의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워 기존 양대 정당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하원에 진출했다.

수영선수 출신이자 법률가였던 리베라 대표는 부패한 기성 정치권과 달리 자신은 숨길 것이 없다는 뜻에서 2006년 카탈루냐 지방의회 선거에 출마했을 때 자신의 나체 사진으로 선거 포스터를 제작하는 파격을 보여준 바 있다.

그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당 대회에도 청바지에 '노 타이' 차림으로 나타났다.

이글레시아스 대표도 매력적인 외모와 교수 출신으로서 해박한 지식과 논리 정연함을 무기로 유권자들의 호감을 샀다.

이글레시아스 대표의 정치적 동지로 여겨지는 알렉시스 치프라스(41) 그리스 총리 역시 젊은 정치인의 대표 주자다.

그리스의 강경좌파 진영을 이끌어온 그는 호남형 외모와 긴축 철폐 공약으로 표심을 공략하며 올해 초 그리스 현대사상 최연소 총리가 됐다.

구제금융 협상 문제로 국내외에서 반발에 부딪히다가 조기 총선이라는 실험대에 올랐으나, 결국 올해 9월 재신임을 얻어냈다.

대서양 건너 미주 정가에서도 젊은 정치인의 돌풍이 거셌다.

미국 공화당의 폴 라이언(45) 하원의장은 올해 10월 미국 정치사에서 124년 만에 탄생한 40대 하원의장으로 기록됐다.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인 라이언 의원은 16살 때 부친이 심장마비로 숨진 뒤 사회보장연금으로 생계를 유지할 정도의 극심한 가난과 역경을 딛고 성공한, 미국인이 사랑하는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그 역시 '변화'를 외치고 있다.

의장직 수락 연설에서도 "솔직히 하원은 망가졌다.

의원들도, 국민도 이러한 상황에 만족하지 않는 만큼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 대표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러닝메이트 후보로 꼽히는 훌리안 카스트로(41) 주택도시개발 장관, 도널드 트럼프의 '늪'에 빠진 공화당 경선에서 주목받은 마르코 루비오(44)도 40대다.

캐나다에서 올해 10월 10년 만의 정권교체 소식을 몰고 온 이도 43세 정치인이다.

무려 17년 동안 총리를 지내며 '캐나다의 케네디'로 불린 캐나다 정치의 거목 피에르 트뤼도의 아들 쥐스탱 트뤼도는 자유당을 이끌며 총선에서 승리를 거둬 캐나다에서 역대 두 번째로 젊은 나이에 총리가 됐다.

훤칠한 키와 잘생긴 얼굴을 지닌 그는 캐나다에서 보수당의 10년 집권에 대한 피로감이 커진 가운데 참신한 이미지와 쾌활한 성품, 친화력을 바탕으로 '스타 파워'를 발산했다.

이달 초 베네수엘라에서 16년 만의 정권교체를 일군 야권 연대 승리의 주역도 40대 정치인이다.

야권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엔리케 카프릴레스(43) 미란다주 주지사는 불과 26세의 나이에 술리아주(州)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계에 입문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심각한 범죄와 위생 문제, 생필품 부족 등 민생을 해결하겠다는 공약으로 국민의 지지를 끌어냈다.

이런 전 세계적인 30∼40대 장년 정치인의 약진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세계 경제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팍팍해진 살림살이와 실업률 상승을 겪은 유권자들이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취업난과 경기침체로 청년기를 잃어버린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젊은 정치인들의 인기가 높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30여 년 이어진 기존 체제가 깨진 이번 스페인 총선에서 세대별로 표심이 명확하게 엇갈렸다면서 "프란시스코 프랑코(1892∼1975년) 시대에 대한 기억이 있는 연령대인가"가 투표 패턴의 기준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 잡지는 이어 젊은이들은 프랑코 사망 이후의 민주화와 관련한 정치적 논쟁이 아니라 심각한 실업률 문제나 정경유착·부패 척결에 관심을 뒀다고 지적했다.

젊은 정치인들이 젊은 유권자들과 온라인을 통한 소통에 활발하다는 점도 큰 몫을 한다.

스페인의 22세 유권자는 "이념이 아니라 소통의 문제"라며 "그들(신생정당)의 감각은 다르다.

그들은 제안하고 토론한다.

거리로 나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법을 안다.

그것이 그들이 젊은이들의 표를 얻은 이유"라고 포천에 말했다.

또한 활력이 넘치는 쾌활한 젊은 정치인들이 대중에게 호소하는 인간적 매력도 물론 표심에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