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핀테크가 울겠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박사 ahs@hankyung.com
글로벌 핀테크(금융+기술) 500대 기업 중 한국은 없다. 미국 374개, 영국 57개, 중국 10개 등이다. 미국, 영국은 그렇다 치고 한국보다 금융 환경이 열악했던 중국은 어찌된 영문인가. 기존 금융의 ‘레거시(legacy·유산) 부재’가 오히려 핀테크의 ‘퀀텀점프’를 가능케 한다는 분석이다. 핀테크 종합판이라는 인터넷전문은행도 그렇다. 1995년 미국에서 최초로 등장한 이후 영국을 비롯한 유럽, 일본 등에서 50여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활발히 영업 중이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를 가진 한국은 이제야 시작한다는 단계다.
정치권은 ‘표’에만 관심 있고
그러나 시작부터 산 넘어 산이다. 금융위원회는 카카오뱅크, K-뱅크, I-뱅크 등 3개 컨소시엄으로부터 예비인가 신청을 받고 12월 중 결정한다지만 그것으로 될 일이 아니다. ‘은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하는 은행법 개정이 변수다. 지금은 현행 법 테두리 내에서 곡예를 타는 것이나 다름없다. 만약 법 개정이 제대로 안 되면 무슨 법적 문제가 불거질지 모를 상황이다.
하지만 여야 모두 정작 인터넷전문은행을 왜 하는지 정확히 모르는 건 오십보백보다. 금융개혁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하겠다는 새누리당도 특별히 다를 게 없다. 물론 겉으로는 은산분리 예외 신설 등 금년 중 은행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한다. “전통 은행업을 개혁하자는 거다. 주도할 대주주가 필요하다.”(A의원) 이것만 보면 뭔가 할 듯하다. 하지만 그뿐이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비(非)금융주력자의 의결권 있는 주식 보유한도를 50%까지 허용하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배제한다는 게 고작이다. 사전적 규제는 그대로다. 혁신성을 봐야지 단지 대기업이란 이유만으로 주요 주주에서 배제한다는 게 말이 되나. 핀테크가 금융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다니까 서민금융으로 포장해 표나 얻자는 심산 아닌지 모르겠다.
야당은 한술 더 뜬다. “비(非)대면대출은 소액 아닌가. 은산분리가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B의원) “점포가 없다는 것일 뿐 현행하고 뭐가 다른가. 시범실시를 정부가 한다니 1년간 지켜보자. 은산분리 건드릴 필요 없다.”(C의원) “은산분리는 우리 당론이다. 하려면 현행법에서나 하라.”(D의원) 비금융사업자에 의한 전통 금융시장의 ‘파괴적 혁신’이라는 핀테크의 본질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들이 무식한 게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논의를 총선 이후로 미루자는 얘기까지 흘러나오는 걸 보면 야당 역시 표에 대한 유·불리만 따지는 게 틀림없다.
금융위는 ‘규제 확장’ 즐기고
여야가 이러니 금융위도 국회 분위기에 따라 예비인가 대상 업체 수를 정할 거란 설까지 나돈다. 사실 금융위가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마다 은행을 집어넣도록 한 걸 보면 처음부터 진짜 핀테크엔 관심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비금융사업자로의 규제 확장도 은근히 즐기는 눈치다. 최근 금융연구원이 이업종 간 결합, 금융기술 혁신 등의 확대로 복합금융그룹이 속출한다며, 일반 대기업도 감독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낸 것도 그런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현재 상황에서 국내 은행 스스로의 파괴적 혁신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시작된 핀테크가 엉뚱하게도 ‘정치게임’의 포로가 된 꼴이다. 이게 금융개혁을 하겠다는 한국의 현주소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박사 ahs@hankyung.com
정치권은 ‘표’에만 관심 있고
그러나 시작부터 산 넘어 산이다. 금융위원회는 카카오뱅크, K-뱅크, I-뱅크 등 3개 컨소시엄으로부터 예비인가 신청을 받고 12월 중 결정한다지만 그것으로 될 일이 아니다. ‘은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하는 은행법 개정이 변수다. 지금은 현행 법 테두리 내에서 곡예를 타는 것이나 다름없다. 만약 법 개정이 제대로 안 되면 무슨 법적 문제가 불거질지 모를 상황이다.
하지만 여야 모두 정작 인터넷전문은행을 왜 하는지 정확히 모르는 건 오십보백보다. 금융개혁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하겠다는 새누리당도 특별히 다를 게 없다. 물론 겉으로는 은산분리 예외 신설 등 금년 중 은행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한다. “전통 은행업을 개혁하자는 거다. 주도할 대주주가 필요하다.”(A의원) 이것만 보면 뭔가 할 듯하다. 하지만 그뿐이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비(非)금융주력자의 의결권 있는 주식 보유한도를 50%까지 허용하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배제한다는 게 고작이다. 사전적 규제는 그대로다. 혁신성을 봐야지 단지 대기업이란 이유만으로 주요 주주에서 배제한다는 게 말이 되나. 핀테크가 금융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다니까 서민금융으로 포장해 표나 얻자는 심산 아닌지 모르겠다.
야당은 한술 더 뜬다. “비(非)대면대출은 소액 아닌가. 은산분리가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B의원) “점포가 없다는 것일 뿐 현행하고 뭐가 다른가. 시범실시를 정부가 한다니 1년간 지켜보자. 은산분리 건드릴 필요 없다.”(C의원) “은산분리는 우리 당론이다. 하려면 현행법에서나 하라.”(D의원) 비금융사업자에 의한 전통 금융시장의 ‘파괴적 혁신’이라는 핀테크의 본질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들이 무식한 게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논의를 총선 이후로 미루자는 얘기까지 흘러나오는 걸 보면 야당 역시 표에 대한 유·불리만 따지는 게 틀림없다.
금융위는 ‘규제 확장’ 즐기고
여야가 이러니 금융위도 국회 분위기에 따라 예비인가 대상 업체 수를 정할 거란 설까지 나돈다. 사실 금융위가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마다 은행을 집어넣도록 한 걸 보면 처음부터 진짜 핀테크엔 관심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비금융사업자로의 규제 확장도 은근히 즐기는 눈치다. 최근 금융연구원이 이업종 간 결합, 금융기술 혁신 등의 확대로 복합금융그룹이 속출한다며, 일반 대기업도 감독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낸 것도 그런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현재 상황에서 국내 은행 스스로의 파괴적 혁신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시작된 핀테크가 엉뚱하게도 ‘정치게임’의 포로가 된 꼴이다. 이게 금융개혁을 하겠다는 한국의 현주소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박사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