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정당국이 종합부동산세(종부세)액을 산정할 때 재산세와 중복 과세되는 문제가 있다는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기존 산정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세정당국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과잉 과세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해당 쟁점을 담은 소송이 법원에 계류돼 있어 최종 판결에서 행정부가 패소하면 납세자들의 ‘줄 소송’이 예고되는 등 논란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종부세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기획재정부가 낸 개정안은 종부세액에서 공제되는 재산세액의 산정 방법을 기존 규정보다 명확히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같은 부동산에 재산세를 매기고 추가로 종부세를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이기 때문에 일정 금액을 공제해주고 있다.
종부세·재산세 '이중과세' 논란에도 기존 '산정방식' 유지하겠다는 정부
기존에는 종부세 시행령에 ‘과세 대상 부동산의 과세표준으로 계산한 재산세액만큼 종부세액에서 빼준다’고 명시돼 있다. 기재부는 이 조항을 ‘과세 대상 부동산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서 과세표준을 산정하고 여기에 적용한 재산세액만큼 공제’하도록 구체화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로 세금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매년 정부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과세표준 비율을 뜻한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지난 7월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거스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대법원 1부는 한국전력, KT, 신세계, 국민은행 등 34개 기업·은행 등이 “정부의 계산법이 잘못돼 종부세와 재산세가 중복 과세됐다”며 국세청을 상대로 낸 종부세 부과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국세청이 2009년 이들 기업에 부과한 종부세 중 일부가 이중과세라며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의 첫 대법원 판결이었다. 대법원은 “과세당국이 원고 측에 종부세를 부과하면서 이용한 계산 방식에는 재산세가 중복 부과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공제액 계산에서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적용하면 안 된다고 판시했다. 예컨대 국세청은 주택의 공시가격이 10억원이면 종부세 과세 기준 6억원을 초과하는 4억원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인 80%를 곱한 3억2000만원을 과세표준으로 재산세액을 산정하고 있다. 재산세율이 1%면 공제액은 320만원이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을 적용하면 과세표준은 4억원으로 공제액은 400만원으로 늘어난다. 대법원 판결이 파기환송심을 거쳐 확정되면 34개 기업·은행 등은 부과된 종부세의 230억원 정도를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기재부와 국세청 주장은 다르다. 기재부 관계자는 “종부세를 매길 때 과세 대상의 80%(공정시장가액비율)만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재산세 공제액을 산정할 때도 과세표준은 똑같은 과세 대상의 80%가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법원에서도 문제를 삼은 것은 이 계산 방법보다는 법적 근거 부족을 강조했다”며 “이번에 시행령에 명시했기 때문에 근거는 충분히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여전히 이중과세 논란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김현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을 보면 법적 근거 부족은 일부에 불과하며 정부의 산정 방식이 이중과세 논란을 말끔히 해소할 수 없다는 게 본질적인 문제”라며 “모법인 종부세법 9조3항의 공제 조항에 부합하는 공제 방법이 무엇인지는 앞으로 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