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시장에 나온 유로6 디젤 차량. 사진 왼쪽부터 인피니티 Q50, 르노삼성 QM3, 푸조 508.
11월 시장에 나온 유로6 디젤 차량. 사진 왼쪽부터 인피니티 Q50, 르노삼성 QM3, 푸조 508.
[ 김정훈 기자 ] 폭스바겐 스캔들 이후 국내 출시되는 유로6 디젤 차량의 가격 인상이 사라졌다. 지난 9월 유로6 시행 이후 뒤늦게 나온 '지각생' 차량들이 엔진을 신사양으로 교체했어도 가격 동결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다. 유로6는 유럽연합(EU)의 디젤 자동차 배출 규제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및 수입차 업체들이 폭스바겐 디젤 사태 이후 출시된 유로6 주력 모델의 가격을 일제히 올리지 않고 있다.

올 상반기 출시된 대부분 유로6 차량은 디젤 엔진 개발비 등을 이유로 차값이 평균 200만~300만원 인상됐다. 하지만 10월 이후 뒤늦게 신고식을 치른 차량들은 가격 인상을 가급적 자제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여파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 디젤 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해지면서 디젤 차량을 판매하는 업체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기는 마찬가지.

르노삼성은 이달부터 유로6 기준을 만족시킨 2016년형 QM3 판매를 시작했다. 주력 트림(SE 2239만원, RE 2450만원) 가격은 동결하고 나머지 트림도 10만~15원 인상하는데 그쳤다.

QM3는 르노삼성 국내 판매분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대표 모델이다. 하반기 들어선 중형 세단 SM5를 제치고 주력으로 올라섰다. 르노삼성 입장에선 연말까지 국내 8만대 판매 달성을 위해 주문이 쇄도하는 QM3 물량을 더욱 밀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유럽에서도 QM3 유로6 모델의 가격은 우리 돈으로 30만원 인상에 그쳤다"며 "소형 SUV 판매 호조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은 QM3 유로6 출시와 함께 이달 구매자에게 50만원 현금 할인을 지원한다.

프랑스 푸조 자동차 수입사인 한불모터스는 중형 승용차 508의 유로6 가격을 이전 수준으로 유지했다. 508 판매의 절반 이상 차지하는 주력 1.6 모델(3960만~4290만원)은 사실상 가격 동결이다.

한불모터스 관계자는 "2.0 모델은 200만원 올랐으나 주력 1.6 모델은 가격을 동결했다"며 "가격 인상 이후 판매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겠다는 판단으로 차값 인상분을 억제했다"고 설명했다.

닛산의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도 이달 말 출시하는 디젤 세단 Q50 유로6 가격을 기존(4430만원)과 같이 동결했다. Q50은 인피니티 전체 판매의 80%에 달하는 주력 모델이다. 가격 인상으로 판매가 둔화될 경우 자칫 브랜드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회사측 관측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