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몰 11번가의 해외쇼핑팀은 이달 들어 비상근무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미국 최대 쇼핑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11월27일)를 맞아 해외 직구(직접구매)로 빠져나가는 소비자들을 붙들어 놓을 전략을 짜기 위해서다. 3~4년 전부터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한 블랙프라이데이(블프)는 지난해 대중적인 흥행에 성공하면서 놓칠 수 없는 ‘대목’이 됐다. 작년 11월 마지막주에서 12월 첫째주 인터넷 쇼핑몰들의 매출은 60% 이상 늘어나기도 했다. ‘소비 국경’이 사라지는 상황에 맞춰 국내 유통업체들은 대규모 할인행사로 블프에 맞불을 놓고 있다.

○인기상품 반값 판매 … “블프보다 싸다”

"미국 블프보다 싸고, 배송·환불도 더 빠르다"
인기 상품을 직구나 블프 가격보다 싸게 파는 곳도 많다. 11번가는 무스너클 드롱기 르쿠르제 SK2 등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 브랜드를 모아 50% 할인 판매하는 ‘진짜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연다.

프리미엄 패딩 브랜드 무스너클의 스틸링 점퍼는 이 행사에서 69만8000원에 판매한다. 미국 온라인몰 아마존닷컴에서 22일 675달러(약 77만9625원)에 판매 중인 제품이다. 블랙프라이데이 당일 추가 할인에 들어가도 배송비나 관세 부담을 고려하면 경쟁력 있는 가격이다.

옥션은 오는 30일까지 ‘블랙 에브리데이’ 행사를 연다. 가전, 주방기구, 패션, 화장품 등을 68%까지 할인한다. 삼성 32인치 LED TV(25만9000원, 관세·부가가치세 포함), 르네휘테르 포티샤 샴푸(1+1·2만9900원) 등이 대표 상품이다.
"미국 블프보다 싸고, 배송·환불도 더 빠르다"
G9는 29일까지 ‘해외직구 블랙위크’를 열고 인기 직구 상품을 할인 판매한다. 현대백화점이 운영하는 H몰에서는 27일까지 알로봇, 블루독, 밍크뮤 등 4대 유아동 의류 브랜드가 참여하는 ‘아동브랜드 특가전’이 열린다.

명품 전문 오픈마켓인 머스트잇은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프라다, 발렌시아가 등의 해외 명품 브랜드 가방 등을 최대 70% 할인한다.

○빠른 배송, 교환·환불 편리 ‘장점’

온라인 쇼핑몰들이 블프 맞불작전에서 강조하는 최대 장점은 빠른 배송이다. 해외 사이트에서 구입 시 배달이 빠르면 5일, 평균 1주일 정도 걸린다. 블랙프라이데이 시기에는 배송물량이 몰려 2주 이상 걸린다. 국내 온라인몰에서 구입하면 보통 2~3일, 길어야 1주일이면 배달된다.

반품이나 교환도 편리하다. 직구로 여러 제품을 한꺼번에 전달받았는데, 한두 개 품목이 빠지거나 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미국 쇼핑몰 약관은 ‘물품을 제3자가 수령시 배송과 물품에 이상이 있어도 절대 책임지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직구 시 대부분 미국 내 배송대행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보상이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교환이나 환불 때 배송료 등을 추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블프 후 중고 사이트에 사이즈 등이 맞지 않는 제품을 내놓는 일이 다반사”라고 전했다.

직구보다 제품이 다양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영조 11번가 해외쇼핑 팀장은 “소비자들이 제일 선호하는 제품을 할인 품목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 블랙프라이데이

Black Friday. 미국 유통업체들은 추수감사절(11월 마지막 목요일) 다음날인 금요일 대규모 세일에 들어간다. 연말까지 이어지는 세일기간 매출이 급증해 장부상의 적자가 흑자로 돌아선다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