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품도서 특별할인 허용 요구도
대형 온라인 서점들은 할인폭이 줄고 구간의 무제한 할인이 금지되자 ‘사은품 증정’을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삼았다. 열쇠고리부터 방석, 필통, 목침 등 다양한 상품이 사은품으로 등장했다. 정가제가 정한 간접할인폭(정가의 5%)을 넘는 위반 사례도 잇달아 나왔다. 출판사 문학동네와 온라인 서점들이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를 예약 판매하면서 증정한 양은 냄비와 라면이 대표적 사례다. 한 출판사 대표는 “가격 할인 외에 뾰족한 마케팅 수단이 없어 고민”이라며 “할인폭을 미묘하게 넘나드는 변칙 마케팅이 빈번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체부 조사에 따르면 개정 정가제 시행 이후 대형·온라인 서점의 영업이익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할인폭이 줄어든 만큼 책의 이익률이 늘어서다. 출판사들은 “늘어난 이익을 서점이 독식해선 안 된다”며 “출판사가 서점에 책을 공급하는 가격의 정가 대비 비율인 공급률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교보문고가 “온라인 서점의 공급률을 오프라인 매장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방침을 밝혔을 뿐 예스24 등 인터넷서점과 다른 대형 서점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박효상 출판인회의 유통위원장은 “유통사들의 올해 실적이 공시되면 이를 토대로 본격적으로 협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개정 정가제에서 도입된 재정가(再定價)제는 구간의 값을 새로 매겨 판매하는 제도다. 40~50%의 ‘광폭 할인’을 하지 못해 쌓이는 재고를 처리할 수 있는 대안으로 마련된 것이다. 문체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정가를 새로 매긴 책은 7625종으로 평균 가격이 3만5798원에서 1만9836원으로 44.6% 떨어졌다. 하지만 종수는 예상에 크게 못 미쳤다.
출판사들은 이 제도가 재고 처리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한 대형 출판사 관계자는 “18개월이 지나도 잘 팔리는 책은 굳이 재정가를 할 필요가 없고 그렇지 않은 책은 재정가를 해도 찾지 않는 게 딜레마”라고 말했다. 서점에 깔린 책을 거둬들였다가 다시 내보내는 비용도 출판사에는 부담이다. 출판계 일각에서는 유통 과정에서 흠이 생긴 ‘리퍼북’이나 반품 도서만이라도 각종 행사에서 싸게 팔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