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 어느 시장보다 ‘배달의민족’과 같은 혁신적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성장하기 좋은 자양분이 있습니다. 골드만삭스가 한국에서 또 다른 배달의 민족을 찾는 이유입니다.”

스테파니 휴이 골드만삭스 사모투자부문(PIA) 아시아태평양지역 공동대표(사진)는 “소셜커머스(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전자상거래) 기업 등 한국 스타트업의 성장성이 무한하다”며 이 분야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를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17일 이화여대 신세계관에서 열린 ‘스타트업과 여성인재 포럼’에 앞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국내 최대 배달 앱(응용프로그램)인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이화여대 창업보육센터와 공동으로 이 포럼을 개최했다.

골드만삭스 사모주식펀드(PEF)사업부인 골드만삭스PIA는 지난해 11월 배달의민족에 400억원을 투자했다. 1999년 한국시장에 투자를 시작한 뒤 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대형 금융회사와 지오영 CS윈드 등 성장성이 높은 기업만 골라 투자하던 골드만삭스가 처음으로 스타트업에 돈을 넣은 사례다.

스테파니 휴이 골드만삭스PIA 아·태 공동 대표(가운데)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왼쪽)가 토론하고 있다.
스테파니 휴이 골드만삭스PIA 아·태 공동 대표(가운데)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왼쪽)가 토론하고 있다.
배달앱 등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은 상위 1~3위 업체들이 영업이익 대부분을 광고비로 지출할 정도로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다. PEF가 투자하기에 수익률은 좋지 않은 편이다. 휴이 대표는 이에 대해 “현재의 수익성만큼 성장성도 중요하다”며 “적절한 시기에 자본을 유치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성장성을 유지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휴이 대표는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은 소셜커머스를 위한 인프라는 물론 다양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인재가 많다”고 했다. 이어 “창의성을 높이는 것이 한국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양한 경험과 사고를 갖춘 인재가 많이 진출하는 분야일수록 창의성도 높아진다”며 “여성의 스타트업 진출이 활발해지면 창의성 향상이란 과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1995년 골드만삭스에 입사한 휴이 대표는 아들 셋을 둔 워킹맘이다. 골드만삭스에 다니면서 아이를 낳고 하버드비즈니스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은 뒤 골드만삭스 최고위직인 파트너로 승진했다.

그는 “많은 글로벌 스타트업이 ‘골드미스(구매력이 높은 여성 직장인)’를 주고객층으로 삼는 데서 알 수 있듯 스타트업은 여성이 진출하기 유리한 분야”라고 소개했다. 주요 소비층인 여성의 심리를 잘 이해하고 그들의 시각에서 혁신적인 접근법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에 여성이란 사실만으로도 스타트업에 이바지할 여지가 많다는 설명이다.

‘미래의 휴이’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그는 “요즘 중국인은 한국 화장품을 쓰고 한국 드라마와 음악을 즐긴다”며 “아시아 문화권의 중심에 있다는 장점을 적극 활용해 미래에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