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낮은 종목·저평가 우량 종목 골라 투자…'스마트베타 ETF' 자산배분 수단 '주목'
국내에는 200개의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돼 있다. 그동안 ETF는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로 단기매매 수단으로 사용됐다. 지수가 빠지면 반등에 베팅하는 코스피200ETF나 레버리지ETF를 사고, 반대로 오르면 다시 하락할 때 수익을 내는 인버스ETF를 사는 식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 원유선물, 경기방어, 차이나레버리지 등 다양한 상품으로 자금이 유입됐다. ETF를 자산배분 수단으로 여기는 인식이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스마트베타 ETF 유행

최근 액티브 전략을 가미해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스마트베타’ ETF가 유행이다. 스마트베타 상품은 기존 ETF와 같이 전통적인 시가총액 가중 방식이 아니라 기업의 내재가치나 성장 모멘텀, 낮은 변동성, 고배당 등 특정 요인을 활용해 지수를 가공한다. 변동성이 낮은 종목을 선별하고 저평가된 종목을 골라낼 수 있다는 점에서 자산배분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23일 TIGER우량가치ETF를 신규 상장했다. 기존 TIGER로우볼, TIGER모멘텀, TIGER가격조정을 포함해 스마트베타 ETF 라인업을 4개까지 늘렸다. 한화자산운용도 지난 6월 ARIRANG스마트베타퀄리티, ARIRANG스마트베타모멘텀, ARIRANG스마트베타밸류 등 스마트베타 상품 3개를 출시했다. 삼성자산운용은 변동성이 낮으면서 펀더멘털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KODEX200내재가치와 배당 성향이 높으면서 이익이 늘어나는 기업에 투자하는 KODEX배당성장을 선보였다.

해외에서는 주가가 싸면서도 상승 가능성이 크고 변동성도 작은 종목만 추린 스마트베타 ETF도 등장했다. 최근 미국에서 출시된 골드만삭스의 스마트베타 ETF는 밸류, 모멘텀, 퀄리티, 로볼 등 네 가지 전략을 하나의 ETF에 담았다.

온라인 ETF 자산배분 서비스

온라인에서 ETF를 가지고 개인맞춤형 자산배분을 해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로봇과 투자자문가(어드바이저)의 합성어인 ‘로보어드바이저’다.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연산규칙)을 이용해 자동 맞춤형 자산관리를 해주는 서비스를 뜻한다.

가장 대표적인 로보어드바이저는 개인이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자산, 목표 수익률, 투자성향 등을 입력하면 컴퓨터가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짜주고 이에 따라 최적의 ETF를 골라 투자를 실행하는 방식이다. 국내 ETF 시장 1, 2위 업체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자산군별 ETF를 자동으로 자산배분하는 자체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을 상당 부분 구축했다. 핀테크(금융+기술) 업체인 쿼터백랩과 에임(AIM)은 국내외 2500개 ETF로 개인 맞춤형 자산배분을 하는 서비스를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다.

미국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투시그마처럼 주식 빅데이터를 활용해 종목을 선별해주는 곳도 있다. 데이터앤애널리틱스(DNA)는 국내와 중국, 미국 상장 주식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개인 맞춤형 주식 종목을 선별하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디셈버앤컴퍼니도 ETF에 기반한 자산배분뿐만 아니라 개별 주식, 원자재·선물 매매기법까지 활용한다.

전문가들은 내년 인터넷전문은행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시행되면 이와 연동한 로보어드바이저 자산배분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투자자산이 많은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자산관리 서비스가 중산층까지 확대되는 시대가 온 셈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