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형 펀드가 환매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공모주펀드는 투자자들의 뭉칫돈을 빨아들이고 있다. 연말까지 기업공개(IPO) 일정이 줄줄이 잡히면서 공모주 투자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아서다. 하지만 공모주펀드의 올 평균 수익률은 1.55%로 채권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2.20%)을 밑돌고 있다.

○전체 설정액 올 들어 두 배로 불어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28개 공모주펀드는 올 들어 지난 11일까지 2조5754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공모주펀드 전체 설정액(4조8523억원)은 지난해 말(2조2621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커졌다. 연말 미국 금리 인상 우려로 증시가 주춤하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선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하는 반면 공모주펀드엔 더욱 많은 돈이 밀려들고 있다. 최근 한 달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선 1조2627억원이 빠졌지만 공모주펀드로는 564억원이 유입됐다.

펀드별로는 하이공모주&배당주10(2789억원), 하이공모주플러스10(1911억원), 동양뱅크플러스공모주10(1781억원), KTB배당플러스찬스(1432억원) 등이 올해 2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모으며 인기몰이를 주도했다.

○채권형 펀드에도 못 미치는 수익률

공모주펀드는 채권혼합형 상품이다. 전체 자산의 80~90%는 우량 국공채나 하이일드(투기등급) 등 채권을 담아 이자 수익을 챙기고 나머지 10% 안팎을 공모주 등에 투자해 초과 수익을 추구한다.

지난해엔 평균 6.21%의 평균 수익을 냈다. 하지만 올해 성과는 저조하다. 128개 공모주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55%로 지난해 같은 기간(3%)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채권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2.20%)에도 못 미치는 성적이다.

한 운용사의 공모주펀드 매니저는 “저금리 환경에서 공모주 투자가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청약 경쟁률이 높아진 데다 지난해보다 대어급 공모주가 줄어 펀드 성과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펀드의 주요 자산인 채권 수익률도 떨어져 지난해 같은 성과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란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공모주펀드는 공모주 직접 투자와 달리 위험관리에 초점을 둔 상품으로 수익률에 대한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분리과세하이일드펀드는 공모 물량을 많이 배정받는 혜택은 있지만 의무적으로 편입해야 하는 하이일드 채권의 위험요소를 떠안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