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성장과 함께 진화하는 인간의 뼈…개인·인류의 역사 담은 퍼즐 조각
뼈는 몸의 역사를 가장 오랫동안 간직한다. 사람은 뼈 450개를 갖고 태어난다. 성장과정에서 뼈도 함께 진화해 성인이 되면 206개의 뼈가 남는다. 이 중 쇄골뼈는 30대 초반에 이르러서야 완전한 형태로 굳는다. 사람이 죽어 근육과 피부가 사라진 다음에도 뼈는 남아 그의 몸속 사연을 전한다.

인류학 박사인 진주현 씨는 《뼈가 들려준 이야기》에서 “뼈는 한 사람의 인생과 당대의 사회상, 인류의 역사를 담고 있는 증인”이라고 말한다. 그는 하와이에 있는 미국 국방부의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기관(DPAA)에서 유해를 발굴하고 연구하는 일을 맡고 있다. 학부에서는 고고학을 전공하고 인류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딴 저자는 이 책에서 뼈를 주제로 생물학과 사회학, 인문학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펼친다.

저자는 유해 발굴 과정에서 경험한 일화를 중심으로 뼈에 얽힌 과학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가 6·25전쟁에서 사망한 미군들의 신원을 확인할 때 뼈가 제대로 붙지 않았거나 이제 갓 붙어서 가느다란 줄자국이 남아있는 경우가 많았다. 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군인들이 대부분 18~23세의 젊은이였다”고 결론 낸다. 뼈의 균열을 보고 영양상태나 사인을 추정하기도 한다. 그는 “뼈는 개인의 한평생 삶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조직”이라고 설명한다.

뼈가 담고 있는 정보는 개인의 특징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뼈는 지구 생명체의 역사를 담고 있는 보고”라며 “공룡을 직접 본 사람은 없지만 수많은 공룡의 생김새와 특징을 구분해 연구할 수 있는 것은 뼈 덕분”이라고 말한다. 인류 진화 연구의 중요한 열쇠가 된 뼈도 있다. 1974년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320만년 전 소녀의 뼈는 인간이 머리가 먼저 발달해 네 발로 걷다가 선 게 아니라, 두 발로 걸은 뒤 뇌가 발달한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자료가 됐다.

저자는 “사람들은 뼈라고 하면 죽음을 연상해 자세히 알기를 꺼리지만 사실 뼈는 인간에 대한 수많은 비밀을 품고 있는 흥미로운 대상”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한국은 뼈를 금기시해 문화재 발굴 현장에서도 그냥 화장해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이 뼈 자료를 수집해 연구 중인 사례를 소개한다. 뼈를 가지고 인류의 역사와 진화의 흔적, 남녀·인종·연령별 차이 등 다양한 주제를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최희남 교보문고 북마스터는 “고고학을 전공한 저자가 세계를 누비며 뼈 연구를 하고 있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며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길을 넓혀가며 새로운 길을 개척해가는 저자의 모습은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의 대학생들이 슬기롭게 삶을 헤쳐나가는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