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직구 매년 급증하는데 키운다던 역직구는 '제자리'
20일부터 K세일 데이 '맞불'
직구족(族)이 수년 사이 눈에 띄게 증가해 올해 소비 유출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전체 해외 직구 금액은 15억4491만달러(약 1조7800억원)로 전년 대비 49% 늘었다.
유통업계는 물론 삼성 LG 등 가전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에 고가 가전제품을 싸게 사려고 벼르는 직구족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65인치 삼성 TV는 관세를 포함해도 직구 가격이 국내의 66% 수준이다. 2011년만 해도 가전 직구 규모는 753만달러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822만달러로 커졌다.
컴퓨터 구매액도 2011년엔 순위에 보이지도 않다가 지난해 2178만달러로 늘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전이나 컴퓨터 직구 절대 금액이 크다고 볼 수 없지만 증가 속도가 심상치 않다”고 말했다.
정부도 글로벌 직구 대전(大戰)을 경계하고 있다. 역직구 활성화 대책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갈수록 소비 여력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어서다. 지난달 코리아그랜드세일과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카드를 미리 써버린 것도 고민거리다.
관계부처인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유통·가전업계와 공동으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자칫 지난달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로 살려놓은 소비 진작 분위기가 사그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민간단체인 유통산업연합회가 주도하는 ‘K세일 데이’ 행사를 통해 연말 세일 붐을 다시 조성하기로 했다. 행사 개시일을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 1주일 전인 20일로 맞췄다. 일종의 ‘맞불작전’이다. 아울러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전통시장을 500곳으로 늘리고 온누리상품권도 1000억원 추가 할인 발행하기로 했다. 대형 백화점 임원은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의 소비 유출을 절반만 국내로 돌려도 4000억~5000억원의 국내 소비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에 참여한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등 소매업종의 매출 증가액(약 4300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갈수록 글로벌 직구 대전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년부터는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를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에 맞춰 정례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