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간 일본무대 올라 극찬 받아
오페라 '리타' 연출도 병행
"영미권 무대 진출이 꿈"
문제는 일본어였다. 올초 본격적인 공연 연습을 위해 출국하기 전 5개월 동안 매일 북한산에 올라가 일본어 가사로 노래를 불렀다. 휴대폰도 없앴다. 그는 올해 4월부터 5개월간 도쿄와 나고야 등에서 열린 일본 공연 무대를 장악했다. 현지 언론으로부터 “진정 신(神)과 교감하는 장발장을 봤다”는 극찬을 들었다.
뮤지컬계에서 ‘집념의 사나이’로 불리는 양준모가 오는 28일부터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열리는 ‘레 미제라블’ 한국어 공연에도 장발장으로 무대에 선다. 최근 충무아트홀에서 만난 그는 “일본어 대사는 외우는 데 꼬박 5개월이 걸렸는데 한국어 가사는 일본을 오가는 다섯 시간 만에 다 외웠다”고 말했다.
“평생 장발장을 연기하고 싶을 정도로 ‘레 미제라블’은 모든 면에서 완벽한 작품입니다. 뮤지컬에 데뷔한 뒤 12년간 제가 무대에서 연기한 모든 캐릭터가 장발장을 위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기독교 신자라서 그런지 신을 만나기 전과 후로 변화하는 장발장의 삶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해가 가더라고요.”
그는 결혼 7년 만에 최근 첫 아이인 딸을 얻었다. “장발장이 양녀인 코제트를 중심으로 삶을 살아가잖아요. 제 인생도 딸 아이를 중심으로 펼쳐지리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았어요. 장발장을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 할까요.”
그는 장발장을 준비하는 바쁜 와중에도 오페라 연출작 ‘리타’를 10일부터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중극장에 올린다. 지난해 10월 초연에 이은 두 번째 공연이다. “성악 전공자로서 오페라를 하고 싶은 마음은 늘 있었습니다. 지난해 충무아트홀에서 연출 제안이 왔을 때 선뜻 수락했습니다. 오페라에 익숙지 않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오페라’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 작품은 기가 센 리타에게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현 남편 베페와 전 남편 가스파로가 벌이는 소동을 코믹하게 그린 소극장 오페라다. 그는 “클래식을 전공한 아내(맹성연 음악감독)의 도움이 컸다”며 “반응이 좋아 지역 오페라단과 라이선스 계약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연출까지 영역을 넓힌 그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일본에선 ‘무대에서 이 정도까지 집중할 수 있구나’ 하는 걸 배웠고, 연출을 하면서는 작품 전체를 조망하는 법을 배웠어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더 늦기 전에 영미권 무대에서 장발장을 영어로 연기해 보고 싶습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