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킹파워면세점에서 지난 6일 중국인 관광객들이 쇼핑하고 있다. 김병근 기자
태국 킹파워면세점에서 지난 6일 중국인 관광객들이 쇼핑하고 있다. 김병근 기자
지난 6일 찾은 태국 방콕에 있는 킹파워 면세점. 평일 오후 2시인데도 매장 곳곳이 ‘면세 쇼핑 삼매경’에 빠진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얼핏 봐도 90% 정도가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이었다. 에스티로더 매장 점원 수니아타 타마자리 씨는 “중국인이 주중에는 하루 평균 5000여명, 주말에는 8000여명 방문한다”며 “중국인 비중이 80% 정도로 2년 만에 두 배로 늘어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 채용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지난해 면세점 시장 규모는 8조3000억원으로 한 해 전보다 22% 성장했다. 세계 1위 자리를 지켜냈지만 중국 일본은 물론 태국 등 후발국이 맹추격하고 있어 향후 1위 수성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태국만 하더라도 지난해 면세점 시장 성장률이 한국의 2배가 넘는 47.3%다. 전체 매출은 2조1000억원으로 아직 한국과 차이가 있지만 예사롭지 않은 증가 속도다.

태국 면세점의 급성장 역시 중국 관광객을 적극 유치한 덕분이다. 올 상반기 태국의 외국인 관광객 1489만명 중 중국인은 400만명으로 26.9%다. 6개월 만에 지난 한 해 중국인 방문객(462만명)의 87%가 태국을 찾았다. 이들이 쇼핑 등 관광에 지출한 돈은 6조839억원으로, 지난 한 해 소비액 6조3500억원의 96%에 달했다.

이 속도라면 올해 중국인 관광객은 1000만명, 소비액은 1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태국 현지의 분석이다. 방콕에서 17년째 한국인 관광가이드를 하고 있는 신영철 씨는 “면세점이 관광객 유치의 일등 공신”이라고 설명했다.

킹파워면세점이 요우커의 쇼핑 메카로 떠오른 데는 정부의 지원이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인 비자발급 절차를 간소화한 게 대표적이다. 최근엔 현지 공항에서 1000바트(약 3만2000원)만 내면 즉석에서 비자를 내준다. 지난해에는 명품 등 사치품에 매기던 개별소비세 성격의 세금(30%)도 없앴다. 팟차린 자이한 킹파워면세점 부총괄 매니저는 “중국인 대상 할인율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타도 한국’을 내건 나라는 태국 같은 개발도상국만은 아니다. 중국은 면세 관광 수요를 국내에 붙잡아두기 위해 지난해 8월 하이난섬에 자국민 면세 혜택을 주는 세계 최대 면세점 CDF몰을 열었다. 대만도 지난해 5월 중국과 인접한 진먼섬에 에버리치 면세점을 열고 요우커 모시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 일본은 내년 초 도쿄에 대형 시내면세점을 열고 한국 추격을 본격화한다. 올해 상반기 일본 방문 요우커는 914만명으로 2007년 이후 처음 한국(667만명)을 추월했다. 우리도 특허수수료 인상, 시장점유율 제한 등 규제가 아닌 경쟁력 강화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장재완 한남대 교수는 “면세점도 수출산업으로 봐야 한다”며 “규제만 강조해서는 관광객을 다 내주고 뒤처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콕=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