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비료사업 기술력 확보…LG생명과학과 시너지 기대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도 다변화
입찰가 낮아 동부 반발 가능성
LG화학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수요 둔화, 중국발(發) 공급 과잉 등의 영향으로 본업인 석유화학사업(기초소재 부문)에서 성장에 한계를 느껴왔다. LG화학의 영업이익률은 사상 최대 호황을 누렸던 2011년 12.50%를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후 2012년부터 작년까지 8.21%(2012년)→7.53%(2013년)→5.80%(2014년)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올 들어서는 에틸렌 스프레드(제품가격과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의 차이)가 확대되면서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중국 내수경기 둔화 추세가 이어지는 등 경영여건이 근본적으로 개선된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LG화학은 이에 따라 편광판 등 정보전자소재, 자동차용 전지 등 전지사업 등을 강화해 기초소재 부문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연간 5만대 이상의 고성능 순수 전기차(시속 320㎞ 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 전기차)에 탑재할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중국 난징시에 지난달 말 준공한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LG화학은 동부팜한농 인수를 통해 농자재사업을 또 하나의 주요 사업으로 추가하게 됐다. 때마침 동부팜한농의 실적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올 상반기 동부팜한농의 영업이익은 720억원으로, 작년 한 해 영업이익(142억원)의 다섯 배를 넘어섰다.
○왜 농자재사업인가
글로벌 메이저 화학업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농자재사업을 미래성장 동력으로 점찍고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왔다. 화학업계의 이런 움직임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은 듀폰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바이오 소재 부문에 대한 연구를 펼쳐온 듀폰은 1990년대 후반부터 이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해 지금은 종자 등 농업제품과 식품부문 매출이 전체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 바이엘은 최근 소재과학 사업의 분리상장을 발표하면서 농업과학(작물보호제 및 종자)과 제약 중심의 전문 생명과학기업이 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LG화학이 동부팜한농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글로벌 화학업계의 이 같은 흐름에 더 늦지 않게 동참하기 위해서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동부팜한농은 작물보호제(농약)와 비료사업부문에서 각각 국내 1, 2위(작년 말 업계 추정 점유율 기준)에 올라 있는 국내 농자재 시장의 강자다. 하지만 동부그룹이 경영난에 빠지면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LG화학은 기초소재, 정보전자소재, 전지사업을 하면서 쌓아온 영업망을 활용해 동부팜한농의 글로벌 영토를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부팜한농의 농약 원제(원료)사업은 LG화학 계열사인 LG생명과학이 이미 원제사업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연구개발(R&D) 인프라 공유 등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농자재 분야는 오랜 기간 R&D와 투자가 축적돼야 성과를 볼 수 있다”며 “세계적 소재기업으로 성장하면서 긴 호흡으로 기다려주는 문화가 뿌리내린 LG화학과 잘 맞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동부그룹 움직임이 막판 변수
LG화학의 동부팜한농 인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LG화학은 본입찰에 4500억~5000억원의 금액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7000억원 이상의 입찰가격을 기대했던 동부팜한농의 재무적 투자자(FI)와 2대주주인 동부그룹에도 만족스러운 금액이 아니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FI들이 빨리 팔고 싶어해 현재로선 LG화학의 인수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동부 측이 강하게 반발할 땐 다른 원매자를 찾아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