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안되는지 모르겠어요. 죽기 살기로 쳐야죠, 뭐.”

고진영(20·넵스·사진)은 올 하반기 들어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 7월 초 초정탄산수용평리조트오픈을 제패하며 시즌 3승을 올렸을 때만 해도 “다 해먹겠다”며 기세등등하던 그였다. 아쉬움이 컸던 것일까. 8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다 잡았던 생애 첫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 우승을 놓친 뒤 샷감이 둔해졌다. 7개 대회에 출전해 예선 탈락 두 번, 기권 한 번 등 챔프의 체면을 구길 때가 많았다. 최고 성적표가 KDB대우증권클래식 7위. 그의 입에선 ‘죽기 살기로’란 말이 자주 튀어나왔다.

슬럼프에 갇혀 있던 그가 모처럼 날았다. 고진영은 6일 부산 기장군 해운대비치골프앤리조트(파72·6591야드)에서 개막한 2015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ADT캡스챔피언십(총상금 5억원, 우승상금 1억원) 1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1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쳤다.

막판 2개의 버디를 잡으며 치고 올라온 ‘베테랑’ 이정은(27·교촌F&B)에 1타 뒤진 공동 2위다. 1년 후배 박지영(19·하이원리조트)과 친구 김예진(20·요진건설)이 고진영과 나란히 4언더파를 쳤다.

고진영은 올 시즌 페어웨이 적중률이 83.48%로 1위에 올라 있다. 드라이버샷이 정교하다는 뜻이다. 이날도 정확한 드라이버샷 덕에 편안하게 아이언을 쳐 굴곡이 심한 그린에서 5개의 버디를 잡아냈다. 그는 “남은 2개 대회 모두 우승해 다승왕에 도전하고 싶다”며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현재 다승 선두는 5승의 전인지(21·하이트진로)다. 전인지는 어깨 부상으로 출전을 포기했다.

루키들의 막판 신인왕 경쟁도 달아오를 전망이다. 고진영과 나란히 2위에 오른 박지영과 김예진이 신인왕 포인트 1, 2위다. 박지영이 1658점으로 김예진(1483점)에 175점 앞서 있지만 안심할 수 없다. 대회 우승자에게 190점을 주기 때문이다. 경쟁자인 김예진은 이날 사방에서 부는 돌풍을 뚫고 그린적중률 100%를 기록할 만큼 아이언샷이 날카로웠다. 아직 우승이 없는 박지영은 “첫 승과 신인왕 모두 차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회 주최사인 보안전문기업 ADT캡스는 이번 대회에 앞서 출전 선수들에게 여성 호신술 강좌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2004년 창설된 ADT캡스챔피언십은 우승상금 1억원을 현금으로 시상한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