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보수적인 학계에 한국 대중문화 연구 확산"
한국 문화가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끄는 ‘한류’ 현상과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해 세계 각국에서 학문적인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보도했다.
WSJ는 “폴란드에서 아르헨티나까지 여러 나라 학자들이 걸그룹 소녀시대의 뮤직비디오를 분석하거나 한국 보이밴드의 공연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선 ‘일본 아줌마 부대’를 인터뷰한다”며 한류 연구 동향을 설명했다.
WSJ는 한류가 연구 영역으로 조명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전후라고 소개했다. 이전까지 한국 대중문화는 일본 등 문화적으로 가까운 나라에서만 인기를 끌었는데 2000년대부터 달라졌다는 것이다. 한류는 동남아시아, 중동, 중남미로 뻗어나가 세계적 현상이 됐다. 2012년 나온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한국 음악이 세계에서 대중적으로 주목받을 가능성을 보여줬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조회수 24억건을 돌파해 유튜브 사상 최다 조회수를 기록했다.
한류 인기가 높아질수록 연구도 활발해졌다. WSJ는 ‘강남스타일’이 발표된 해, 고려대가 한류에 대한 학문적 연구를 증진하겠다며 세계한류학회를 설립했고 현재까지 20개국, 28개 지부로 연구 기반이 넓어졌다고 전했다. 4일부터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3회 세계한류학회 월드콩그레스엔 150여명의 학자가 참석해 한류 문화에 대해 토론한다.
WSJ에 따르면 한류 연구 초기엔 저항이 컸다. 올초 ‘강남스타일’ 분석 논문을 발표한 키스 하워드 런던대 교수는 WSJ에 “1999년 유럽에서 열린 한국학협회 연차회의에서 K팝 발라드 연구를 발표할 때만 해도 학문 분야로 합당치 않은 주제라는 비판을 들었다”며 “일부 청중이 이건 제대로 된 연구 분야가 아니라고 핀잔을 줬다”고 회상했다.
한류 연구를 달갑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은 아직도 있다. 한류 연구에 관심이 쏠리면서 한국의 유교나 전통문화 같은 묵직한 주제가 외면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클락 소렌슨 워싱턴대 한국학 교수는 WSJ에 “(한류 연구를) 주목하고 싶지 않다”며 “(한류 연구로 인해) 오히려 시골의 사회 변화와 같은 흥미로운 주제에 대한 연구가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WSJ는 한류의 학문적 가치 논쟁에서 한류 학자들이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일부 저항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학계가 학문적 연구 대상으로서 한류의 가치에 이제 막 눈뜨기 시작한 만큼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