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에서 ‘시너지’를 말하면 정말 못 믿을 것 같네요.”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을 약 1000만원어치 갖고 있다는 한 소액주주는 지난 29일 한국경제신문의 ‘롯데, 삼성 화학사업 3조에 모두 인수’ 기사를 보고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 사유는 이랬다.

삼성SDI가 화학 소재와 배터리사업의 시너지를 내세우며 제일모직과 합병한 게 지난해 3월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 반 만에 화학사업을 모두 매각했다.

물론 배터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리막 사업은 남겼다. 그렇더라도 ‘초일류 소재 에너지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한 약속이 공염불이 됐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주주는 “이런 식이라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도 결국 사업적 시너지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주가치 측면에선 삼성그룹의 사업재편이 나쁘지 않다. 삼성SDI와 합병하기 전에 제일모직 주식 2주를 갖고 있었던 주주는 지금 통합 삼성물산 주식 1주와 삼성SDI 주식 1주를 보유하고 있다. 통합 삼성물산은 사실상 그룹의 지주사로서 회사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도 사물인터넷(IoT)과 전기자동차에서 수요가 계속 늘어날 2차전지에 집중 투자해 장기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삼성의 의사결정이 시장에서 신뢰를 잃고 있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삼성이 무슨 발표를 하든 시장에선 ‘이면’에 무슨 의도가 있는지를 해석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인수합병(M&A)은 기업의 기밀이다. 먼저 공개할 수도 없다.

하지만 실체가 모호한 ‘시너지’란 말로 모든 M&A를 설명하는 것 역시 주주들을 납득시키기 어렵다. 차라리 “장기적 사업재편을 위한 준비 과정”이란 설명이 더 어울려 보인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