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공유'라는 말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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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 박사 ahs@hankyung.com
![[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공유'라는 말이 참…](https://img.hankyung.com/photo/201510/02.6938183.1.jpg)
잠재된 공급과 수요를 표출시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우버, 에어비앤비 등 파괴적 비즈니스 모델도 실은 섹스업 변화와 다를 게 없다. 그렇다면 지금의 섹스업도 요즘 유행하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고 부를 수 있을까. ‘공유’라는 말이 ‘섹스’와 결합하는 순간 그 의미가 묘해진다.
공유경제가 시장경제 대안?
두 기업이 특허를 크로스-라이선싱한 것을 두고 ‘특허 공유’라고 할 때도 그렇다. 각자의 이익이 맞아떨어져 서로의 특허를 사용하자는 것뿐인데도 마치 공동 소유처럼 받아들여지는 까닭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대기업에 중소기업을 위해 특허를 내놓으라고 할 때 들먹인 사례도 도요타가 수소연료전지차 특허를, 테슬라가 전기차 특허를 각각 무상 공개했다는 것이었다. 인용할 걸 인용해야지 이들 기업은 소유권을 엄연히 가진 채 더 큰 이익을 위해 잠시 미끼로 특허를 무상 공개했을 뿐이다. 이걸 두고 ‘착한 기업’은 특허마저 공유한다는 식으로 몰고 가니 황당할 따름이다.
공유경제의 ‘공유(sharing)’를 ‘공동 사용’쯤으로만 해석했어도 이런 혼란은 없었을지 모르겠다. 더 위험한 건 아예 ‘이념화’ 조짐까지 보인다는 점이다. 제러미 리프킨이 주장하는 소유의 종말이라든지, 사물인터넷(IoT)이 한계비용을 제로로 만들어 자본주의가 종식되고 공유경제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이 그렇다. ‘일반화의 오류’란 바로 이런 게 아닌가 싶다. 자본주의의 종식을 말하지만 오히려 이런 혁신이야말로 자본주의가 살아 있다는 증거 아닌가. 더구나 시장경쟁이 위협받는다지만 정반대다. 시장화의 확장이라고 보는 게 백번 맞을 것이다.
혁신에 ‘이념’을 씌우지 말라
멀리 갈 것도 없다. 공유경제가 무슨 자본주의 대안인 양 흥분하는 곳은 바로 옆에도 있다.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도 모자라 공유기업을 지정한다고 ‘생쇼’를 벌이는 서울시다. 기준도 모호하다. 우버는 안 되고 에어비앤비는 된다는 식이다. 택시기사 표 때문이라면 너무 정치적이다. 여기에 ‘서울시 나눔카’라는 ‘쏘카’ 지원까지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사업자 가운데도 이런 이가 있다. 중국 알리바바의 마윈은 “2030년엔 계획경제가 시장경제보다 더 우월할 것”이라고 했다. 빅데이터로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보이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공산당을 의식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뚱딴지같은 소리다. 빅데이터는 중국만 하는 것도 아닌 데다, 빅데이터 ‘할아버지’라도 오류를 배제할 수 없는 해석의 경쟁 아닌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해 시장에 파괴적 혁신을 몰고 온 ‘파괴자들’을 선정한 바 있다. 올해는 누가 뽑힐지 모르지만 혁신은 혁신으로 보는 게 가장 혁신친화적인 접근법이다. 혁신을 막는 부당한 진입장벽도 그렇지만, 혁신에 이념을 씌우거나 시장이 아닌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멋대로 취사선택하는 것 또한 혁신을 죽이긴 마찬가지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 박사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