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크림 만드는 해브앤비, 미국 에스티로더가 '찜' 했다
‘닥터자르트’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진 중소 화장품업체 해브앤비가 세계적 화장품기업인 미국 에스티로더컴퍼니즈에서 투자를 유치했다. 에스티로더가 한국 기업에 투자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부쩍 높아진 ‘K뷰티’의 위상을 잘 보여준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에스티로더는 “한국 유망 화장품업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차원에서 해브앤비와 지분투자 계약을 맺었다”고 26일 발표했다. 구체적 투자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올해 안에 이진욱 해브앤비 대표(40)에 이은 2대 주주를 맡아 연구개발(R&D)과 해외 마케팅에 협력하는 조건으로 알려졌다. 해브앤비는 현재 이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에스티로더 창업자 3세인 윌리엄 로더 회장은 지난 22일 서울을 찾아 이 대표와 계약서에 서명했다. 로더 회장은 “한국은 세계 뷰티 트렌드를 선도하는 시장”이라며 “이 대표를 도와 닥터자르트의 글로벌 성장에 지원과 자문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닥터자르트는 얼굴빛을 화사하게 바꿔주는 BB크림을 내세워 해외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강소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K뷰티 열풍이 본격화하기 전인 2012년 미국의 유명 화장품전문점 세포라 입점에 성공해 700여개 매장에서 BB크림을 판매하고 있다. 미국 외에도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등 15개국에 진출해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BB크림은 독일에서 피부과 시술 뒤 붉어진 얼굴을 가리기 위해 개발한 의료용 제품이었으나 닥터자르트를 비롯한 한국 업체들이 ‘잡티를 가려주는 투명 메이크업 화장품’으로 진화시켰다. BB크림이 한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자 맥, 디올, 랑콤, 에스티로더 등도 뒤따라 BB크림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335억원으로 2년 새 42% 급증했다. 이 대표는 “뷰티 한류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에스티로더의 투자를 계기로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