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의 ‘어닝 쇼크(실적 충격)’로 동반 하락했던 건설주가 엇갈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코오롱글로벌 등은 급락세를 지속했지만 현대건설 대림산업 등은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2013년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어닝 쇼크를 경험한 투자자들이 발빠르게 ‘옥석 가리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적 쇼크 '전염'은 없다, 회복력 빠른 건설주는…
○삼성엔지니어링 이틀째 ‘급락’

삼성엔지니어링은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9.88%(5150원) 떨어진 2만750원에 장을 마쳤다. 최근 1년 최저가다. 이 회사는 전날 18.81% 하락한 데 이어 이틀째 급락세를 보였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3분기에 1조5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고 지난 22일 공시했다. 이 여파로 GS건설(22일 -6.37%) 현대건설(-5.64%) 대림산업(-5.47%) 등 주요 건설주가 일제히 내렸다. 해외 EPC(설계·조달·시공) 사업은 준공 전까지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면서 건설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하지만 건설주 동반 급락은 예상보다 일찍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대우건설은 이날 4.27% 올랐고 대림산업은 2.96% 상승했다. 현대건설과 GS건설도 각각 3.06%, 0.2% 반등했다. 삼성엔지니어링 실적 충격의 후폭풍이 건설업종 전반으로 퍼지지 않고 종목별로 주가가 차별화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허문욱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자들이 다시 한번 해외 부실을 털어낸 업체와 그렇지 않은 곳을 가려내고 있다”고 말했다. 허 센터장은 “국내 부동산사업의 매출 구조가 탄탄한 업체와 디벨로퍼(부동산개발업체)로서 역량을 갖춘 회사, 건축자재 분야 등에서 부가 수입이 많은 건설사들의 주가는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대형 건설사들이 반등에 나선 가운데 코오롱글로벌(-6.28%), 서한(-2.58%), 한신공영(-1.79%) 등 중소형 건설사들은 하락세를 보였다. 주로 토목 등 공공발주사업에 의존하는 업체들이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건설업종 투자심리가 불안해지면서 차별화된 경쟁력이 없는 중소형 건설사들에 대한 매수세가 약해졌다”고 말했다.

○건설주 “해외사업 다시 따져봐야”

건설주의 동반 급락세는 잦아들었지만 잊을 만하면 되풀이되는 건설사들의 어닝 쇼크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13년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에 이어 올해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엔지니어링이 대규모 영업손실로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모두 해외 사업 부문에서 미청구공사(발주처의 지급 의무가 없는 잠재적 손실)가 늘어나면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의 대규모 영업적자로 건설사들의 해외 리스크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며 “업체별로 해외 공사 진행률과 미청구공사 등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