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채권단이 엊그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원 규모의 자금지원 계획을 전격 보류했다. 부총리와 청와대 경제수석, 금융위원장, 금감원장, 산업은행 회장, 수출입은행장 등이 참석한 경제금융대책회의에서 이뤄진 결정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자구계획 강화와 이행에 대한 노조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너무도 당연한 결정이다. 더 이상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식의 지원은 안 된다. 이미 대우조선에 산업은행이 지난해까지 쏟아부은 돈만 대출 1조1273억원 등 모두 2조4000억원이다. 여기에 올해 또 5조3000억원의 총손실을 예상하고 있는 형편이다. 부실의 끝을 알기 어렵다. 그런데도 대우조선이 기껏 내놓은 자구계획이란 게 임원 30% 감축, 부장급 이상 희망퇴직, 임원 연봉 35~50% 삭감, 본사 사옥 등 자산 매각 등에 불과하다. 1만3000명 직원 가운데 7000명이나 되는 생산직 사원의 구조조정이나 임금체계 개편안은 빠져 있다. 더구나 노사가 지난달 임금 동결에 합의하면서 노조원 1인당 현금과 주식을 합쳐 약 900만원의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급여 동결이나 반납이 아니라 ‘격려금 파티’나 벌이는 회사를 무턱대고 지원할 수는 없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에 더 강도 높은 자구계획과 노조 동의서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노조에는 임금 동결과 쟁의활동 포기에 대한 동의를 요구할 것이라고 한다. 노조는 합당한 자구노력에 적극 나서야 마땅하다. 대우조선은 천문학적인 부실을 안고 있다. 그런 만큼 이 회사의 구조조정엔 온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묘수도 꼼수도 있을 수 없다. 노사가 지원받을 자세부터 갖춰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