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의 ‘장바구니 물가’ 조사에서 가격 차가 가장 작은 품목은 우유와 소주였다. 이들 품목의 최고가 지역과 최저가 지역 간 가격 차이는 10% 안팎이다. 이들 품목은 전국 어디에 가서 사든 비슷한 값에 구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원이 조사한 우유(1000mL) 제품 가격은 서울이 평균 2418원으로 16개 권역 중 가장 저렴했다. 가장 비싼 곳은 경기 지역으로 서울보다 9.5%(230원) 높은 2648원이었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에서 브랜드별로 가장 많이 팔리는 일반 흰우유(백색시유) 제품 가격을 평균한 수치다.

우유 가격의 격차가 작은 원인은 여러 가지가 꼽힌다. 우선 서민들이 많이 찾는 흰우유는 치열한 가격 경쟁을 한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마트 자체 상표(PB) 우유가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끌면서 기존 제품 가격도 평준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유의 가격 구조도 원인 중 하나다. 우유 가격은 전년도 원유 가격에 생산비 증감분과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낙농업계와 우유회사 간 갈등을 막기 위해 2013년 이 같은 원가연동제가 도입됐다. 저출산 여파로 우유가 덜 팔려도 제품 가격은 떨어지기 어려운 구조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우유값은 ‘하향 평준화’와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다양한 맛과 포장의 신제품이 등장하면서 제품 고급화도 이뤄지고 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체 우유시장에서 흰우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70.4%에서 올해 상반기 66.6%로 줄었다.

소주는 우유 다음으로 가격 차가 작았다. 가장 저렴한 곳은 경북·경남으로 한 병(360mL)에 평균 1073원이었다. 가장 비싼 곳은 강원·서울(1186원)로 경북·경남보다 10.5%(113원) 높았다. 맥주(6캔·2130mL)의 지역별 가격차가 16.6%(1275원)인 것을 감안하면 소주의 가격차는 작은 편이다.

소주는 대표적인 서민 품목이라 가격 차별이 심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체감 물가와 직결되는 만큼 정부가 주세(酒稅) 인상에 조심스러울 정도다. 담뱃세는 올해 인상됐지만 주세는 2000년 이후 그대로다. 소주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업계의 가격 경쟁도 예전부터 치열했다. 최근 주류시장의 ‘웰빙 바람’ 속에 낮은 도수의 술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소주의 가격 경쟁 배경으로 꼽힌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서민들이 많이 찾는 기본 제품군을 대상으로 했다”며 “최근 비싼 제품군이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사람들의 소비 성향에 따라 체감 물가도 차이가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