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20일 오후 4시23분

[마켓인사이트] CP 발행 많은 현대중공업그룹, 하반기에만 1조3000억 갚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올 하반기 들어 1조원이 넘는 기업어음(CP)을 상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차입금 의존도를 낮춰 재무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현대중공업 계열 주요 3사의 CP 발행 잔액은 총 6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상반기 말 1조9800억원에서 4개월도 안돼 1조3300억원 감소했다.

계열사별로 현대삼호중공업이 지난 상반기 말 1조23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가장 많은 9300억원을 줄였다. 현대중공업은 5500억원에서 3500억원으로 축소했다. 현대미포조선은 2000억원을 상환해 CP 잔액을 ‘0원’으로 만들었다.

만기 도래 CP를 보유 현금으로 갚고 신규 발행은 중단한 결과다. CP 상환 재원은 자산 매각 등을 통해 마련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작년 11월 보유하던 KCC 지분을 4100억원에 매각하고, 지난달에는 포스코 주식 2200억원어치를 팔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보유 중인 현대자동차 지분 5000억원어치를 매각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CP 상환은 조선업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차입금 만기 구조를 안정적으로 바꾸기 위한 조치라는 게 업계 해석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1년 현대오일뱅크 인수 자금을 CP로 조달한 것을 시작으로 자금조달 수단으로 회사채보다 CP 발행을 선호해왔다. 발행이 간편하고 이자비용도 싸기 때문이다. 대신 만기가 자주 돌아오기 때문에 유동성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조선업 신용전망 보고서에서 현대삼호중공업에 대해 “단기성 자금 의존도가 높아 차입금의 장기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안정적인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단기차입금을 줄이고 장기차입금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