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열기가 뜨겁다. 올 들어선 강도가 더 세진 것처럼 느껴진다. 왜일까. 아마도 전세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부동산시장 활황을 체감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부동산시장이 매우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온 국민이 피부로 느끼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2013년 9월부터 매달 1%씩 오르고 있다. 특히 강북보다 강남의 전셋값 상승 속도가 훨씬 빠르다. 비단 서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경기 아파트 전셋값은 매월 1.33%씩 오르고 있다. 전셋값 상승이 예민한 문제인 이유는 결국 이것이 매매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전셋값이 올라 매매가와의 차이가 줄어들면 아파트 매입으로 돌아서는 세입자가 늘어난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 늘면 매매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아파트 매매가격도 2013년 9월까지 하락세를 멈춘 뒤 올 들어 매월 0.6%씩 오르고 있다. 서울(0.54%)과 경기(0.53%) 모두 빠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강남(0.66%)과 강북(0.42%)의 온도차는 뚜렷하다. 이 시점에서 ‘강남권 노후 아파트 재건축이 문제구나’라는 생각이 떠올랐다면 부동산시장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경우다. 서울 강남권이 국내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삼성전자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비슷하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현재 부동산시장의 활기는 박근혜 정부의 시장 활성화 대책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다. 특히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 정책은 집을 가진 사람들의 주택 거래를 활성화했다. 주택임대사업자 우대 정책은 그동안 다주택자들을 투기꾼 관점에서 바라보던 것에서 벗어나 임대주택의 안정적인 공급자로 대우하기 시작한 데 의의가 있다. 특히 중산층을 대상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뉴 스테이’ 정책은 집을 안정적인 수익을 만들어내는 ‘재화’로 인정하는 계기가 됐다.

재건축 가능 연한 완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3년 유예 등 재건축 관련 각종 규제 완화는 주택시장을 정상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재건축 규제책이 도입된 뒤 강남권 재건축은 지난 10년간 수면 아래 숨겨져 있었다. 시장논리로 진행했다면 연착륙할 수 있었던 강남권 주택문제를 과도한 정치논리로 접근해 문제 해결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것이다.

강남권 주택 수요를 투기 관점으로만 바라본 것도 문제였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노후 아파트 비율은 약 60%에 달한다. 강남 재건축 역시 지금 살고 있는 낡은 집과 생활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를 외면해왔던 것이다.

강남권 노후주택 재건축은 이제 막을 수 없는 이슈다. 사업승인이 비교적 쉬운 소규모 단지가 재건축을 진행하는 것만으로 인근 아파트 전셋값은 크게 들썩이고 있다. 여기에 대치동 잠원동 등 소위 ‘블루칩 단지’들의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면 전셋값 상승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재건축 이주 수요는 보통 인근에 머무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매매·전셋값 상승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다. 대규모 신규 주택의 공급을 늘려 전셋값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2006년 잠실 1~4단지(엘스 리센츠 트리지움 레이크팰리스) 2009년 삼성AID차관 1·2차(삼성동 힐스테이트) 재건축이 끝나면서 일시적으로 늘어난 전세물량이 주택가격을 안정시켰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클 수 있지만 적극적으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해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 해법이다.

용적률(건축물 연면적을 대지면적으로 나눈 비율)을 대폭 높여 한정된 지역에 더 많은 집을 지을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다만 이는 한강변 경관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 실현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강남권 재건축 가운데 대규모 공급이 가능한 송파 가락시영(헬리오시티), 개포시영, 개포 1~4단지 아파트의 재건축 입주가 시작될 2019년까지 강남권 전셋값은 계속 강세를 보일 것이다. 전셋값이 오르면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역시 덩달아 올라 다시 한번 주택가격 상승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지금 크게 오른 전셋값으로 골머리를 앓는 것보다 집을 사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이상우 < 유진투자증권 수석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