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전무의 아버지는 36년간 현대그룹에 근무했던 유철진 티아이에스정보통신 회장(73)이다. 1968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뒤 30대 초반에 이사로 발탁돼 현대중공업 미주법인 사장과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사장까지 지냈다. 세계 최초로 스마트주차시스템(주차유도관리시스템) 특허를 출원해 58세에 창업했다. 유 전무가 파생상품 관련 특허를 갖게 된 것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DNA)인 셈이다. 그의 특허는 홍콩거래소가 그를 중용하게 된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중국의 국경절(10월1일·건국기념일) 하루 전날인 지난달 30일 유 전무를 만났다. 홍콩 중심가인 센트럴역 옆 익스체인지 스퀘어에 자리 잡은 홍콩거래소 전시관에서다. 홍콩거래소 상장 기념식(FDB홀딩스, 온리얼인터내셔널홀딩스)에 참석한 뒤 그는 “후강퉁은 위안화 국제화의 기점이 됐다”며 “자본시장에서 위안화 위상을 높이는 큰 그림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4월에는 홍콩의 모든 뱅킹시스템을 바꿔 주식매매대금 동시 결제(DVP)체제를 완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후강퉁은 위안화 국제화의 기점…결과는 성공”
-자본시장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미국에서 대학 졸업 후 잠시 파생상품 쪽 일을 했다. 그 후 금융업계 계신 잘 아시는 분이 추천해 주셔서 1997년 CME에 입사했다. 전공은 회계와 컴퓨터다. 미국 노트르담대학 경영학과와 일리노이주 IIT 스튜어트 경영학석사, 시카고비즈니스대학원 GSAL 프로그램을 마쳤다. 2008년에 CME의 아시아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홍콩으로 나와서 근무하다 2011년 봄 홍콩거래소로 옮겼다.”
-CME에서는 어떤 일을 했나.
“CME에 입사한 뒤 청산부에서 위험관리 쪽 일을 7년쯤 했다. 그때 그쪽 분야 특허 9개도 개인적으로 개발해 출원했다. 위험관리의 증거금 계산 기법 등에 관한 것이다. 그 후 기획과 상품개발을 담당하다 마케팅을 주로 했다. 2008년에는 CME 야간시장 코스피200 선물 프로젝트를 맡아 2010년에 개설했다. 한국거래소의 코스피200 상품을 CME가 전산 거래시스템으로 운영해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해외투자자도 코스피200 선물을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CME가 2007년 시카고상품거래소를, 2008년 뉴욕상업거래소를 각각 입찰했다. 입찰에 성공해 3개 거래소를 합병했다. 그 결과, 미국에서 상장된 파생상품의 90%가 CME 그룹에서 거래되고 있다.”
-홍콩거래소에서 역할은.
“CME 근무를 마친 다음 홍콩거래소에 와서 처음 시작한 게 LME(런던 비철 거래소) 입찰이었다. 2012년에 성공했다. CME, 뉴욕증권거래소, 독일 유렉스, 런던거래소 등과 경쟁했는데 홍콩거래소가 사들였다. 지금은 (명함에 헤드로 돼 있는데) IPO 마케팅과 인베스터 마케팅, 회원사 마케팅 등 3개 부서를 총괄하고 있다.”
-지난해 후강퉁은 어떻게 진행했나.
“후강퉁은 작년 11월17일 시행했지만 2013년 봄부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준비에 착수한 것이다. 중국 정부의 계획을 전달받아 실행했다. 상하이거래소와의 거래, 청산, 예탁 시스템 등을 다 연결했다. 시스템 연계를 위해 전략적인 계획도 세웠다. 후강퉁이 상하이 거래소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다. 기본적으로 중국시장(전체)을 연결한다는 개념이다. 그다음에 선강퉁 등 또 다른 거래소들의 연계 계획이 있다.”
◈“선강퉁 IT시스템 준비 끝났다”
-선강퉁 시행이 연기될 것이란 이야기가 있다.
“올해 초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선전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연내 상장하는 것을 검토해보겠다고 이야기했다. 공식적으로는 상장 날짜가 발표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후강퉁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므로 선강퉁은 올해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이 돌았다. 홍콩거래소도 금년내 상장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중국 시장의 변동성이 높고 시장이 어떻게 보면 조정 국면이기 때문에 새로운 프로젝트는 시간이 좀 돼야 할 것 같다. 검토를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다는 분위기다.”
-그동안 준비해 왔는데 언제든지 할 수 있지 않은가.
“정보기술(IT) 시스템 준비 등은 거의 다 끝났다. 규정 발표만 남았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와 홍콩 증권선물위원회 양쪽에서 발표가 나가야 한다. 후강퉁 때도 마찬가지였다. 작년 4월 발표해서 11월17일 상장했다. 6개월 걸렸다.”
-상장이라고 표현했는데 교차 상장인가.
“교차 연계라고 보면 된다. 저쪽에서 상장된 것을 우리가 연결하는 것이다. 후강퉁의 개념은 시스템과 시스템을 연결해서 거래와 청산 예탁이 시스템상 연결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 등 해외 투자자들이 홍콩거래소 전산시스템을 통해 상하이증권거래소 전산시스템으로 연결(후구퉁)돼서 매매하는 것이다. 반대로 강구퉁은 남쪽으로 내려오는 것이다. 똑같은 시스템연계로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중국 브로커들을 통해서 상하이거래소 시스템에 들어와서 홍콩거래소로 연결돼 주문이 가능한 것이다.”
◈“후강퉁 모델 성공적…상품 금리 등 자본시장 전반으로 확대 기대”
-후강퉁의 성과는.
“중요한 것은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했을 때 3가지 목표가 있었는데. 그게 다 성공했다. 첫째 해외에 있는 기관투자자(유럽 미국 등)들을 중국 A주식(내국인 투자 전용) 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것이 목적이었다. 후강퉁 프로그램을 보면 기관투자가뿐 아니라 개인도 포함돼 있으므로 전에는 중국 적격 외국인기관투자자(QFII)와 위안화 적격 외국인기관투자자(RQFII) 자격을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 지금은 완전히 뚫린 것이다. 두 번째 중국 투자자들이 직접 홍콩시장에 투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도 성공적이다. 시스템 운영 에러 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
세 번째가 위안화 국제화로 가장 중요하다. 후구퉁(홍콩→상하이)을 하려면 홍콩에서 위안화를 끌고 들어가야 한다. 무슨 이야기냐면 위안화는 본토 위안화(CNY)와 홍콩 위안화(CNH)로 나뉜다. 해외 위안화는 따로 운영된다. 제일 중요한 것은 해외에 있는 런민비 위안화(CNH)가 본토에 있는 자본시장에서 직접 쓸 수 있는 통화가 됐다는 것이다. 해외 CNH를 직접 끌고 들어와서 CNY시장에 투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위안화가 인바운드로 국제화가 된 것이다. 바깥 위안화가 중국 안으로 들어온 것은 후구퉁이 첫 사례다. (홍콩은 2013년말 위안화 예금이 1조530억 위안에 달하는 최대 규모의 역외 위안화센터다.)”
-반대로 강구퉁(상하이→홍콩)은 어떤가.
“후구퉁 못지 않게 강구퉁이 굉장히 중요하다. 강구퉁 거래가 되려면 중국 본토에 있는 CNY가 홍콩으로 내려와서 홍콩달러로 바뀌어야 한다. 홍콩에 상장된 주식은 홍콩달러로 가격이 표시돼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있는 런민비 위안화가 홍콩의 자본시장으로 직접 들어오되 홍콩달러로 바뀌어서 들어와야 하므로 위안화가 컨버터블(환전)이 되는 것이다. 미국 달러나 일본 엔화라든지 다른 시장과 연계될 경우에도 위안화가 환전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데 중요한 초점이 있다. 중국의 자본시장이 열리면서 해외에 있는 위안화 자산들이 들어올 수 있게 됐고, 중국 본토자금도 해외로 나갈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위안화가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로 통용될 수 있게 한 첫 사례가 후강퉁이다.”
-후강퉁과 선강퉁 이외에 자본시장 개방과 관련된 다른 계획이 있나.
“계획이라기보다는 저희 쪽에서 기회를 본다고 할까. 제일 중요한 것은 일단 선강퉁을 먼저 해야 한다. 공식 발표가 나간 뒤 실행해야 한다. 그다음 단계는 증권시장 말고 어떤 것을 연결할 수 있느냐 모색할 것이다. 증권 시장만 보느냐, 파생도 봐야 하느냐. 그런 게 중요하다. 주식시장 자체 내에서 보는 게 그렇고, 그 다음 볼 수 있는 게 상품시장, 금리시장 등도 할 수 있다. 후강퉁 모델이 성공적으로 시행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이를 자본시장 전반으로 확대하는 게 비전이라고 보면 된다.”
◈“홍콩 은행 시스템 모두 바꿔 주식 결제 위험 없앨 것”
-한국예탁결제원(이하 예탁원)과의 협력관계는.
“긴밀하다. 한국 투자자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홍콩시장에 투자하려면 브로커(증권사)와 예탁원을 통해서 나와야 한다. 후강퉁 준비를 하면서 예탁원과 많은 협력을 했다. 프로그램 자체도 예탁원과 함께 일하는 예탁은행을 통해서 많은 협력을 하고 있다. 결제 시스템 자체가 향상되고 있으므로 내년 4월께면 결제 시스템 운영상의 준비가 완전히 끝난다고 보면 된다.”
-기관투자가들이 싫어하는 ‘브로커 리스크’ 등 결제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중국 증권시장의 거래는 당일 체결(T+0)이고 대금결제는 다음날(T+1)이다. 거래는 당일, 돈은 다음날 오고 간다. 한국 기관투자가들이 중국 시장을 꺼리는 이슈가 뭐냐면 당일 거래할 때 투자자 입장에서 매도하면 브로커(증권사)한테 당일 주식을 넘겨주는데 돈 들어오는 것은 그 다음 날 들어온다. 이럴 경우 리먼브러더스 사태 같은 게 생기면 오버나이트 브로커 리스크가 발생한다. 그게 결제 문제다.
그걸 홍콩거래소에서 주식매매 대금 동시결제 시스템으로 바꿔줄 계획이다. 뭐냐면 모든 예탁결제 주기(settlement cycle)가 오후 7시30분에 마지막으로 들어간다. 마지막 위안화 대금 결제 지시(settlement instruction)를 내는 게 오후 7시30분이다. 그것을 내년 4월부터는 한 번 더 넣어서 오후 9시30분에도 결제 지시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브로커(증권사)와 투자자가 당일 결제(T+0)를 할 수 있다. 돈은 다음날 움직이지만 결제는 당일에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당일 거래가 완결됐다고 간주해 주는 것이다.
그 다음 절차에서 더 중요한 것은 브로커가 고객에게 당일 직접 돈(매도대금)을 넘겨 주게 된다는 점이다. 브로커는 거래소로부터 다음날 돈을 받는다. 이 옵션이 매우 중요하다. KDB대우증권은 홍콩거래소의 회원사다. 삼성증권은 회원사가 아니므로 다른 중국 증권사를 통해서 주문이 들어가게 되는데 주식을 매도했을 때 그 돈이 중국 증권사에서 삼성증권으로 들어와야 고객에게 줄 수 있다. 지금은 그것이 익일결제가 되지만 내년 4월부터 당일 주식 매도 대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하려면 홍콩 전체 뱅킹시스템 운영을 3시간 더 늘려서 저녁 11시30분까지 돌려야 한다. 전체적인 은행시스템을 다 바꾸는 작업이다.”
-당일 결제가 세계적으로 일반적인가.
“중국만 그렇다. 후강퉁 규정은 (매매 대상인) 본 시장의 규정을 따라줘야 한다. 중국 본토는 당일 결제(T+0), 홍콩 증시는 이틀 후 결제(T+2)다. 중국 본토에서 홍콩증시로 투자하는 강구퉁은 T+2, 홍콩을 거쳐 상하이에 투자하면 T+0가 적용된다. 투자 대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미국 뉴욕이나 시카고 증시에선 3일 후 결제(T+3)체제인데 그걸 이틀 후 결제(T+2)로 바꾸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중국 증시만 왜 T+0인가.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중국 주식 투자자의 80% 남짓이 개인투자자다. 중국에선 거래하기 전에 매도잔량 확인(pre-trade checking)을 거쳐야 주문이 들어간다. 진짜 주식을 갖고 매도하는 지 확인하는 것이다. 중국 자본시장은 한국 증권시장의 1970년대 후반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국의 증권시장은 1970년대 말기나 1980년대 초반에 들어서서야 전산시스템이 발전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투자하게 됐다. 2000년대 하반기 들어오면서 전문적인 펀드투자가 확산됐다. 개인투자자 중심에서 전문투자자 위주의 서비스업으로 바뀌었다. 중국도 자본시장이 개방되면서 전문투자자들이 늘어나고 그러면서 시장이 많이 변화할 것이다. 질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최명수의 자본시장 25시] “중국 증시는 한국의 1970년대 후반기 수준…더 성장할 것”에 계속
글·사진=최명수 한경닷컴 뉴스국 부국장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