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와 중국 등 신흥국 경기 둔화, 원자재 가격 하락이 겹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이 나빠졌다.

12일 국제금융시장에 따르면 지난 3분기에 중국발 쇼크가 본격화하면서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내 미국 금리인상이 예고된데다 중국 경기가 당장 반등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원자재 관련 기업, 세계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기업 등은 연간 실적 전망을 하향조정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 불안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한국의 경제주체들도 긴장하고 있다.

◇미국 대기업 3분기 실적 금융위기 이래 최악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의 지난 9일 기준 추정으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OO 기업의 3분기 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5.5% 감소하며 금융위기였던 2009년 3분기(-15.5%) 이후 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또 2분기(-0.7%)에 이어 3분기에도 이익이 감소하면서 2009년(2분기와 3분기) 이래 6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이익이 연속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원유 등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인해 미국 최대 에너지 회사 엑손모빌은 3분기 이익이 작년 동기대비 5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 최대 알루미늄 업체 알코아는 3분기 주당 순이익이 7센트로, 예상치(13센트)에 크게 미달하는 등 원자재 관련 기업도 충격이 컸다.

KFC와 피자헛 등의 식당 체인을 거느린 미국의 얌브랜즈는 3분기 중국 매출 부진으로 인해 주당 순이익이 예상치(1.07 달러) 보다 적은 1달러에 그쳤다.

세계 최대 종자기업 몬산토도 달러 강세 탓에 3분기에 주당 1.06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예상(주당 2센트 손실) 보다 훨씬 부진한 실적을 냈다.

의류업체 갭도 지난달 달러 강세 등으로 인해 총매출이 1% 감소했다면서 3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낮췄다.

미국 외에 다른 나라의 에너지 기업들의 실적도 수직 낙하할 것으로 추정된다.

3분기 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 영국의 로열 더치 셸은 51%, BP는 62%, 프랑스 토탈은 40%, 중국의 페트로차이나는 52% 각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3가지 악재가 글로벌 대기업 실적 강타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부진은 중국경기 둔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지난 8월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하에 이어 중국 경기지표 부진으로 인해 중국 성장세 둔화에 대한 우려가 증폭됐다.

중국이 연 7% 성장을 이뤄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에 전망이 많다.

일각에서는 내년 성장률이 연 5%대로 떨어진다는 예상까지 했다.

중국발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로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은 급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7월 1일 배럴 당 56.96 달러에서 9월 30일 45.09 달러로 하락했다.

한 때는 배럴 당 40달러 아래로까지 미끄러졌다.

또 달러화는 상승하는 반면, 신흥국 통화 가치는 가파르게 떨어진 것도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부진에 기여했다.

3분기 평균 달러·유로 환율은 1.11 달러로 작년 동기의 1.33 달러에 비해 크게 내려갔다.

엔·달러 환율 평균은 올해 122.17엔으로 작년 동기의 103.97엔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가트너는 3분기에 강달러 때문에 HP 등 주요 업체의 PC 출하량이 작년 동기대비 7.7% 줄었다고 밝혔다.

브라질 헤알화는 달러 대비 가치가 사상 최저로 떨어졌고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은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유로 등 다른 선진국 통화가치도 신흥국 통화에 비해 강세를 보이면서 영국계 맥주회사이지만 사브 밀러의 경우 3분기 매출이 작년 동기대비 9% 감소했다.

사브 밀러는 매출의 70%가 신흥시장에서 나온다.

◇4분기도 대기업 실적 전망 어두워
팩트셋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S&P 기업 이익이 4분기에도 증가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매출은 2016년 1분기까지도 정체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박중제 애널리스트는 "최근 시장의 실적 전망이 계속 하향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RB) 의장이 시사한 대로 연내에 미국 금리가 인상된다면 달러화 강세 흐름이 더욱 심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 경기가 갑자기 반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성장 둔화 폭이나 속도에 대한 우려로 인해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금융위기 이래 6년 반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달 초 중국 황금연휴 소매 판매도 작년 동기대비 증가율이 11%로 작년 성장세(12.1%)에 못미쳤다.

이러다보니 골드만삭스가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하는 등 원자재 가격이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흥국 경제도 중국 경기와 원자재 가격 추이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IMF는 올해 신흥개도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연 4.0%로 지난 7월보다 0.2%포인트 내렸다.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올해 연 3.1%, 내년 연 3.6%로 지난 7월에 비해 각각 0.2%포인트씩 낮췄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연간 실적 전망 하향 조정도 있따르고 있다.

세계 제조업 경기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미국 중장비 제조업체 캐터필러는 올해 매출 전망치를 480억 달러로 지난 7월에 비해 10억 달러 낮춰 잡았다.

중국 경기 부진을 감안해 내년 매출 전망치는 5% 하향 조정했다.

듀폰도 최근 올해 주당 순이익 전망치를 3.10 달러에서 2.70 달러로 내렸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 깜짝 실적을 냈지만 4분기에는 주력 사업부인 반도체 시장 여건이 좋지 않은데다 3분기 한때 1천200원이 넘었던 원·달러 환율이 1천100원대 중반으로 내려온 점 등을 감안할 때 실적 개선을 낙관하기 어려운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