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층 상승 사다리도 끊어져
재창업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정부가 창업을 독려하고 있지만 한 번 실패한 기업인이 다시 일어서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금융위원회와 중소기업청이 기업 1585곳의 사례를 조사한 결과 개인사업자가 사업에 실패하고 재도전하는 횟수는 평균 0.8회였다. 이에 비해 벤처의 요람이라 불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한 기업인이 평균 2.8회 창업한다. 한국보다 사업에 실패한 뒤 평균 2회 더 창업에 도전한다는 얘기다. 경제계 관계자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폐업한 상당수 기업인이 신용불량자에서 벗어나지 못해 재창업에 도전하지 못했듯이 지금도 한국은 재기가 어려운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재기 불능 확산으로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끊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사실은 한국경제신문 창간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났다. 국민 5000명을 대상으로 ‘계층 상승 가능’ 여부를 묻자 84.6%가 ‘회의적’이라고 답했다. ‘사업에 실패하더라도 재기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란 의견에도 64.3%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패자부활전의 부재는 대학 졸업 후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구직 때부터 맞닥뜨린다. 졸업을 전후로 취업에 실패하면 영원히 실업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현실이다. 김수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 번 지나간 버스는 다시는 탈 수 없다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한국 사회에 정해진 경로(經路)를 따라가야 도태하지 않는다는 ‘경로 의존성’이 심화되고 있다”며 “승자독식 현상은 오히려 강화돼 사회 역동성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