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파고를 넘어 도약하는 금융사] "생존전략 바꾸자"…복합점포·해외진출·핀테크로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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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순이자마진 3년째 하락
인도네시아·미얀마 등 동남아 영업망 확대 주력
IT기업과 인터넷은행 도전
순이자마진 3년째 하락
인도네시아·미얀마 등 동남아 영업망 확대 주력
IT기업과 인터넷은행 도전
국내 은행산업이 위기다.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대로 내려앉으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핀테크(금융+기술) 확산 등 금융환경은 하루가 멀다하고 급변하는 중이다. 과거와 같은 영업방식, 조직시스템으로는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올 들어 은행권에선 ‘변화만이 살 길’이란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고착화되는 저수익 구조,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한국의 은행산업이 쇠락하느냐, 도약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악화되는 은행 수익성
최근 5년간 한국 은행산업의 수익성은 퇴보하고 있다. 국내 17개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11년 14조469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3년 4조4850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6조8440억원으로 증가했지만 2011년 대비 절반 수준도 안된다.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2011년 2.30%에서 지난해 1.79%로 뚝 떨어졌다. 올 상반기엔 1.6%대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미국 상업은행의 순이자마진이 3% 안팎인 것에 비하면 수익성이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의미다. 다른 수익성 지표도 마찬가지다. 총자산순수익률(ROA)은 2011년 0.66%에서 지난해 0.31%로 뚝 떨어졌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수익률(ROE)도 8.40%에서 4.05%로 반토막이 났다.
국내 은행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한 요인은 복합적이다. 정부가 은행 경영과 영업을 좌지우지하는 이른바 ‘관치금융’이 작용한 데다 ‘은행 서비스=공짜’라는 사회적 인식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이 혁신보다 손쉬운 영업에만 매달렸다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은행들이 예대마진(예금이자와 대출이자 격차)에 의존하는 영업에 안주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규모에 관계없이 거의 모든 은행이 비슷한 상품을 취급하고, 비슷한 형태의 영업행태를 보이는 게 국내 은행들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국내 은행이 ‘우물 안 개구리’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사이 글로벌 은행과의 경쟁력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영국 금융전문지 더뱅커가 선정한 ‘2015 글로벌 1000대 은행 순위(기본자본 기준)’에서 50위권에 든 국내 은행은 단 한 곳도 없다. 산업은행이 62위, 국민은행이 65위, 신한은행이 69위에 올랐을 뿐이다. 반면 중국은 공상은행이 세계 1위에 오른 걸 포함해 4개 은행이 10위권에 있다.
○“변화만이 살 길”
위기를 맞은 국내 은행들은 변화를 시도 중이다. 지금처럼 국내 시장에 안주해 예대마진에 의존해서는 향후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마침 금융당국도 금융규제를 대폭 완화해주는 분위기다.
은행들이 추구하는 첫 번째 변화는 해외 진출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는 은행들이 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소다라은행을 인수합병(M&A)하는 등 해외 지점망을 18개국, 191개로 늘렸다. 신한금융도 올해 초 신한은행을 통해 인도네시아 BME 등 현지 은행 두 곳을 인수했다. 농협은행은 농협중앙회와 손잡고 중국, 미얀마 등에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최근 미얀마 최대 민간은행인 요마은행과 소매 및 모바일 금융, 농업금융 분야 협력체계도 구축했다. KEB하나은행도 지난 9월 하나·외환은행 통합을 계기로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2025년까지 해외 부문 이익 비중을 4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은행들은 핀테크 등 새로운 금융영역 개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당장 올 연말께 사업자 선정을 앞둔 인터넷전문은행에 주요 은행들이 가세했다. 국민은행은 다음카카오-한국금융지주와 연합전선을 구축했으며, 우리은행은 KT가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합류했다. 기업은행은 인터파크와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모바일 기반의 핀테크 사업도 은행들의 관심사다. 우리은행은 올 상반기 모바일 기반의 신용대출 상품인 ‘위비뱅크’를 내놓고 국내에 이어 동남아시아 등 해외 진출도 꾀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스피드업 직장인 모바일대출’이란 중금리 모바일대출 상품을 선보였다.
이 밖에 예대마진 외에 자산관리, 투자은행(IB) 업무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국민은행, 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올해 준(準)자산가 대상의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새로 선보였다. 증권사와 결합한 복합점포도 속속 개설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가 영업을 시작하고, 핀테크산업이 안착하는 내년부터 기존의 영업방식을 고수하는 은행들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악화되는 은행 수익성
최근 5년간 한국 은행산업의 수익성은 퇴보하고 있다. 국내 17개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11년 14조469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3년 4조4850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6조8440억원으로 증가했지만 2011년 대비 절반 수준도 안된다.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2011년 2.30%에서 지난해 1.79%로 뚝 떨어졌다. 올 상반기엔 1.6%대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미국 상업은행의 순이자마진이 3% 안팎인 것에 비하면 수익성이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의미다. 다른 수익성 지표도 마찬가지다. 총자산순수익률(ROA)은 2011년 0.66%에서 지난해 0.31%로 뚝 떨어졌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수익률(ROE)도 8.40%에서 4.05%로 반토막이 났다.
국내 은행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한 요인은 복합적이다. 정부가 은행 경영과 영업을 좌지우지하는 이른바 ‘관치금융’이 작용한 데다 ‘은행 서비스=공짜’라는 사회적 인식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이 혁신보다 손쉬운 영업에만 매달렸다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은행들이 예대마진(예금이자와 대출이자 격차)에 의존하는 영업에 안주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규모에 관계없이 거의 모든 은행이 비슷한 상품을 취급하고, 비슷한 형태의 영업행태를 보이는 게 국내 은행들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국내 은행이 ‘우물 안 개구리’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사이 글로벌 은행과의 경쟁력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영국 금융전문지 더뱅커가 선정한 ‘2015 글로벌 1000대 은행 순위(기본자본 기준)’에서 50위권에 든 국내 은행은 단 한 곳도 없다. 산업은행이 62위, 국민은행이 65위, 신한은행이 69위에 올랐을 뿐이다. 반면 중국은 공상은행이 세계 1위에 오른 걸 포함해 4개 은행이 10위권에 있다.
○“변화만이 살 길”
위기를 맞은 국내 은행들은 변화를 시도 중이다. 지금처럼 국내 시장에 안주해 예대마진에 의존해서는 향후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마침 금융당국도 금융규제를 대폭 완화해주는 분위기다.
은행들이 추구하는 첫 번째 변화는 해외 진출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는 은행들이 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소다라은행을 인수합병(M&A)하는 등 해외 지점망을 18개국, 191개로 늘렸다. 신한금융도 올해 초 신한은행을 통해 인도네시아 BME 등 현지 은행 두 곳을 인수했다. 농협은행은 농협중앙회와 손잡고 중국, 미얀마 등에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최근 미얀마 최대 민간은행인 요마은행과 소매 및 모바일 금융, 농업금융 분야 협력체계도 구축했다. KEB하나은행도 지난 9월 하나·외환은행 통합을 계기로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2025년까지 해외 부문 이익 비중을 4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은행들은 핀테크 등 새로운 금융영역 개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당장 올 연말께 사업자 선정을 앞둔 인터넷전문은행에 주요 은행들이 가세했다. 국민은행은 다음카카오-한국금융지주와 연합전선을 구축했으며, 우리은행은 KT가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합류했다. 기업은행은 인터파크와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모바일 기반의 핀테크 사업도 은행들의 관심사다. 우리은행은 올 상반기 모바일 기반의 신용대출 상품인 ‘위비뱅크’를 내놓고 국내에 이어 동남아시아 등 해외 진출도 꾀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스피드업 직장인 모바일대출’이란 중금리 모바일대출 상품을 선보였다.
이 밖에 예대마진 외에 자산관리, 투자은행(IB) 업무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국민은행, 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올해 준(準)자산가 대상의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새로 선보였다. 증권사와 결합한 복합점포도 속속 개설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가 영업을 시작하고, 핀테크산업이 안착하는 내년부터 기존의 영업방식을 고수하는 은행들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