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 판매 회복…올 820만대 달성 '파란불'
원화 강세와 신흥국 수요 부진으로 고전하던 현대·기아자동차가 지난 8월부터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최대 시장인 중국 판매량이 반등한 데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 시장 점유율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연간 판매 목표인 820만대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8월 글로벌 시장에서 총 56만5774대를 팔았다. 작년 8월 57만5535대 대비 9761대, 1.7% 줄어든 규모다. 8월까지 글로벌 시장 누적 판매량은 총 510만여대로 작년 같은 기간 526만여대보다 3.0% 감소했다.

전체 판매량은 줄었지만 중국을 제외하면 대부분 시장에서 판매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현대·기아차는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8월 9만6154대를 팔았다. 작년 8월 13만1017대에 비하면 26.6% 급감한 규모다. 중국 자동차 시장 성장세 둔화와 현지 업체들의 저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공세가 겹친 탓이다.

하지만 지난 7월 8만4168대와 비교하면 14.2% 증가했다. 4월 이후 넉 달 연속 이어지던 전월 대비 감소 추세를 끊어낸 것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8월부터 시행한 SUV 할인과 딜러 지원 정책이 들어맞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8월 투싼ix는 2만위안(약 370만원), 싼타페는 1만~3만위안(약 180만~550만원)씩 가격을 내렸다. 그 결과 투싼ix 판매량은 8174대로 7월 3387대보다 141% 늘었고 싼타페도 121% 증가세를 보였다.

기아차는 9월 K4와 KX3 터보모델을 내놓은 데 이어 이달 신형 K5를 출시해 중국 시장 회복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선진 시장에선 판매량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지난 1월 7.2%까지 떨어졌던 현대·기아차 합산 점유율은 8월 8.3%로 올라왔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선임연구위원은 “아반떼와 K5 등 신차들이 투입되는 하반기에 판매량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며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에 따른 반사이익도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유럽 시장 점유율은 6.5%를 달성했다. 2012년 12월 7.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판매량은 현대차가 2만5434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1%, 기아차는 2만1009대로 9.6% 늘었다.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시장에선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8월 현대차 인도 판매량은 4만505대로 전년 동기 대비 20.0% 증가했다. 현지 전략차종인 소형 SUV 크레타는 7437대 팔리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러시아는 경제 제재와 루블화 약세 등으로 8월 전체 자동차 시장 규모가 19.4% 줄었지만 현대·기아차는 판매량이 1.5% 감소하며 선방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