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은 24일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차 주식 인수에 대해 “경영권 안정과 주주가치 방어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얻어 두 회사가 ‘윈윈’했다는 평가다.

정 부회장은 현대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차 주식 316만4550주를 이날 종가인 주당 15만8000원, 약 5000억원에 사들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 7월 12만원대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15만원대로 회복된 상황에서 300만주가 시장에 풀리면 주가가 다시 떨어질 수 있어 주주가치 훼손을 막기 위해 정 부회장이 직접 매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호지분인 현대중공업 보유 주식이 제3자에게 팔리면 향후 해외 투기성 자본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며 “후계 구도 등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5000억원에 이르는 매입 자금은 2월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에서 마련한 7427억원 등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주식 5000억 매입…현대자동차 경영권 안정·주가 방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의 3개 주요 계열사 순환출자 구조다. 정 부회장은 세 계열사 중 기아차 지분 1.75%만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증권가에선 정 부회장이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에 보유 자금을 투입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그룹 지배력을 높일 것으로 관측해왔다. 이날 정 부회장이 현대차 지분 매입에 상당한 자금을 쓰면서 이 시나리오는 당분간 실현 가능성이 낮아졌다.

다만 증권가에선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할 것이란 분석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23일 2122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상장 자회사 지분의 20%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기 쉬워진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면 기존 자사주가 지주회사가 보유하는 사업회사 지분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모비스를 분할한 뒤 지주회사를 정 부회장이 23.3%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강현우/김익환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