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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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철 하나금융투자 사장(사진)은 업계에서 금융투자업을 가장 잘 아는 최고경영자(CEO)로 통한다. 1987년 현대증권에 입사해 증권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30년 가까이 리서치센터장과 국제영업본부장, 투자은행(IB) 부문 대표 등 서로 다른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에서 사령탑을 맡아 실력을 쌓았다. 2009년 하나금융투자 IB 대표로 영입됐으며 작년부터 통합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폭넓은 경험에 기초한 업무 이해와 통찰력을 바탕으로 세부 전략까지 직접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 시장 과열 경고와 부실징후 자산 매각 등 결단이 필요한 시점엔 명확한 지시를 내려 실무자들의 신망을 얻고 있다.

장 사장은 금융투자업계가 변화의 길목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은행과 증권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과거처럼 차별화가 안 된 ‘붕어빵’ 상품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금융회사 간 ‘영역 파괴’ 전쟁이 벌어지고 자산관리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시점에 금융투자회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어봤다.

▷새 사명을 하나금융투자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명 변경은 오래전부터 준비해왔습니다. 대투란 이름이 젊은이들에겐 익숙하지 않고 발음하기도 어려워서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날짜에 맞춰 바꾸기로 하고 여러 이름을 놓고 고민했습니다. 과거 증권사는 취급 업무가 주식과 채권뿐이었으니 증권사가 맞죠. 지금은 부동산과 파생상품, IB 등 다양한 상품을 다룹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도 시행 중인 만큼 이름에 금융투자를 넣는 게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자산운용 리더’란 청사진을 제시했는데요. 어떤 의미입니까.

“증권사들은 오랫동안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업무에 치중해왔습니다.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80%나 됐으니까요. 하지만 더 이상 브로커리지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려워졌습니다. 과거 2%였던 수수료가 지금은 온라인 기준 0.04%로, 50분의 1로 줄었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자산관리에 초점을 맞춘 거지요. 자산관리에서 핵심은 고객과 회사의 수익률입니다. 수익률은 고객의 자산을 어떻게 운용하는지에 달렸습니다. 운용능력에 있어 일류가 일류 금융투자회사를 만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금융그룹들이 경쟁적으로 IB 연계 금융서비스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은행과 증권업종 간 벽이 허물어졌습니다. 공장에서 나오는 단순한 상품으로는 경쟁할 수 없게 됐어요. 사모펀드 활성화 배경도 같습니다. 고객 수요가 다양해지면서 기존 상품으로는 충족시키기 어려워진 거죠. 그런데 IB 상품은 수익률과 안정성이 탁월합니다. 단점은 기관투자가 전용으로 만기가 길거나 덩어리가 크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게 발전소 투자입니다. 원리금 회수까지 15년이나 걸립니다. 그런데 IB에선 이런 상품을 3년 만기로 쪼개 팔 수 있습니다. IB와 PB(프라이빗뱅커)는 필연적으로 같이 일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금융그룹이 하나의 회사(one company)로서 시너지를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리서치센터 역할을 강조해왔는데.

“수익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리스크 관리입니다. 경기가 상승 국면에 있을 때는 리서치센터 추천 종목보다 그때그때 흐름에 부합하는 종목의 수익률이 좋을 수 있죠. 그러나 하강 국면일 땐 반대입니다. 리서치센터는 기본적으로 펀더멘털(실적)이 갖춰진 종목을 추천하거든요. 자산관리는 적분(積分)입니다. 수익이 날 수 있고, 손실을 볼 수도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수익을 크게 내고, 손실을 적게 가져가는 게 반복돼야 누적 수익률이 좋아집니다. 리서치를 근간으로 한 상품 추천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리서치의 권위도 중요합니다. 리서치를 중요하게 보는 문화가 강한 리서치센터를 만듭니다.”

▷일본과 유럽 상품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얘기지만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단기적으로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석유화학, 조선, 전기전자, 자동차 등 대표 산업이 모두 안 좋습니다. 국내 기업들은 원화가 약세로 갔다가 강세로 돌아서는 시점에 좋은 실적을 낼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약세 전망이 우세하죠. 한국은 지난 3년간 달러화 대비 환율이 강세를 나타낸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시장금리도 낮고요. 오랫동안 이어진 부동산 가격 상승도 마무리 국면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 보입니다. 반면 일본은 철저한 친미(親美) 제스처를 바탕으로 엔저 정책을 써왔습니다. 일본 기업들은 올해부터 수출 단가도 낮추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는 엔화가 강세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달러와 유로화도 원화 대비 강세로 갈 것으로 예상해 일본 미국 유럽 등 세 지역 상품을 좋게 보고 있습니다.”

▷유상증자 계획은 없습니까.

“기회가 되면 자기자본을 늘리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하나금융지주 주가가 지금보다 높아야 합니다. 증권 계열사 증자를 실시하려면 금융지주부터 유상증자를 해야 합니다. 그룹 전체 BIS(국제결제은행) 비율을 관리해야 하니까요. 지금 주가로 유상증자를 하면 기존 주주 가치를 해칠 수 있습니다. 하나금융투자 관점에선 이익 규모를 많이 늘려놓을 필요도 있습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안정적으로 두 자릿수를 나타내면 금융지주 차원에서 유상증자에 참여할 유인이 커지니까요.”

▷앞으로 경영 역량을 집중할 영역은 무엇인가요.

“그동안 리서치센터 강화, 사업부문·지점 재편, 각종 제도 통합 등 부족한 ‘하드웨어’를 갖추는 데 집중해왔습니다. 이제는 시스템을 세워야 합니다. 그게 일류화를 위한 발걸음입니다. 업무절차 개선을 위한 컨설팅도 받고 있습니다. 직원들을 어떻게 구성하고 관리 효율성을 높일 것이냐 하는 문제들이죠. 궁극적으로는 직원들의 실력도 최고가 돼야 합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모든 지점 직원의 PB화를 진행 중입니다. 관련 교육을 강화하고 필수 자격증도 수년 내 반드시 따도록 하고 있습니다. 고객의 소중한 자산을 놓고 경쟁사와 진검승부를 준비해야 하니까요.”

이태호/하헌형 기자 thlee@hankyung.com